스토리1
가을은 어디로 갔나
정수씨
2017. 11. 6. 20:48
저 계단을 오르면 여러번 깊이 허리를 구부려 들어야 하는 곳이 있다.
앞을 트고 있는 풍경은 온통 바다였다.남해 보리암.올해 처음으로 남쪽의 바다에서 해돋이를 맞았다.
수많은 이들이 해를 각별히 맞으려 길위로 쏟아지는 것을 모르고 산 날들이 낯설었다.끝없이 잇던 차들에 갇혀 결국은
도중에 해를 맞았지만,동백숲을 본 기억은 오래 잊지 못했다.
동백꽃이야 선운사 동구의 동백꽃이나 얼마전 물의를 빚었던 그녀,핫하게 된 시.서른잔치는 끝났다.라던 그 시
결국은 미당의 시의 변주였을 그시에서 유난했던 동백,그꽃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잎은 반짝이는 짙은 초록이었으니 보색대비로 인해 더 꽃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통꽃안에 갇힌 노란 씨앗이 또 얼마나 이뻤던가
먹을것이 넘쳐나고 볼것도 많았던 남도의 섬들을 느릿느릿 구경하며 다닌다하더라도 시간은 모자랄 것이다.
독한 사람들의 발길에 치이지 않는 곳이 어디있을까만,사람들의 등쌀에 질리지 않을 곳을 느리게 걷고 싶다.부는 바람에 맡겨진 머리칼이 마구 흐트러지거나 말거나
옷을 여미고 봄바다의 따순 햇살을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