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겨울바람

정수씨 2025. 1. 4. 00:32

이야기는 또 오래전으로 흘러가고 흘러와

 괜히 오후 기분을 흐렸다

나어린 엄마는 연이어 두 아이를 낳았고,아버지는 연차가 너무 많아서 어려웠을 것이다

열네살이나 차이나는 남편과 동서의 시집을 사느라,어린 엄마는 두 아이에게 어쩌면 화풀이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세월이 흘렀고,칠남매가 다 살아남지 못한 지금에 생각하면 맏언니의 기억처럼 엄마는 그악스런 여인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너무 오해가 많은 맏언니의 기억을 수정하여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우리 곁에 안 계신 그 부모님과 화해하게 하고 싶었다.자신도 어느덧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어머니께 악문하던 것을 후회한다고 했다

단 한번도 맏딸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노라고 그런 반성은 않아도 된다고 다독일밖에

이야기는 수시로 구간반복 되는 것을 보면 이제 노년의 티가 역력하다.

나도 볼 일이 있어 외출해야 하는데 전화는 끊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구의 전화든지 내쪽에서 먼저 끊어달라는 이야기는 잘 못한다.

겨우 전화에서 놓여나기를 늦은 오후

재게 걸어 읍내까지 갔었다

칠남매의 넷이 남았다

셋은 먼저 떠났고,나는 가장 오랫동안 부모님과 살았기에 부모님과 두 오라비의 마지막을 돌본 사람이 되었다

의지와 무관한지 모른다

그냥.그 집에서 살았던 이유로,알콜중독증으로 인생을 망쳐버린 큰오빠는 엄마의 처음아이 였던 적도 있었겠지만

나와는 거의 스무살 이상이나 차이가 나서 엄청 어려웠던 사람

그는 서른아홉에 생을 마감하기까지 엄청난 금단증세에 시달렸고,그 뒷바라지를 하느라 나는 피폐했지만

그를 구해주고 싶어 어린 나는 겁도 없이 정신과 의사께 무작정 상담편지를 썼고,고마운 답장을 받고

절차도 밟지 않고 그분을 찾아갔던 기억,내가 관찰한 오빠의 증세를 꼼꼼히 살펴본 의사선생님은 신경안정제일 것 같은 알약을 아무런 댓가 없이 처방하여 주셨다

벌써 사십년전의 일이다

아들이 둘,맏아들이 그렇게 떠났지만,작은오빠도 인생을 탕진하다 겨우 사람노릇하게 되자 급작스런 죽음을 맞았으니

그나마 부모님이 떠나셨기에 다행이지

아득하다.환자라면 이력이 나지만,직업으로는 할 생각이 없어서 어영부영 경단녀의 시절을 보내고보니 어느덧 나도

노년을 바라보고 있다.아무리 신중년이라고 우겨보아도 옛날 같으면 이제 어지간하면 나보다 어린친구를 만나는 일이 드물었을텐데,워낙 고령사회여서 여전히 아이취급을 받고 있다

여든의 친구와 일흔의 친구 환갑을 맞는 친구들이 수두룩 하다

젊은 친구들도 좋지만,여든 일흔의 어른들과 옛날 이야기 듣는 것이 좋아서 가끔 부모님을 그리듯 그들을 찾아뵙는다

조금만 물욕이며 욕심이 또 세상에 대한 앙갚음 같은 것이 없다면

맏언니와 그럭저럭 잘 지내겠지

그렇지만,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성격의 사람이라 내 인정이 소모품이 되어지고 말 것을 알기에

조심하고 있다

겨울바람이 불어 볼이 깎이는듯 저녁이면 다시 겨울이 되는 날씨다

요며칠 팔의 통증이 너무 심해서 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