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겨울이

정수씨 2023. 11. 20. 00:53

앞집 김장을 끝내고 친구의 엄마께 저녁을 살펴드리고,설거지를 해드리고 보일러를 시간맞춰 작동시켜 드리고

 이제는 적막이다.

왜이리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은 못하면서 일을 잘 벌리는 앞집언니와 손맞춰 일해준지 삼십년,오늘은 멤버가 하나 추가되어 일을 덜었다

무슨 변덕으로 그리되었는지 모르지만,여튼,내 일이 편해져서 좋았다

시간이 줄었고,어젯밤 늦도록 거들어 준 것으로 충분한데,설명없이 약속했던 절임배추는 꽝인모양이었으나,묻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남매를 두었으니,그 애들이 얼마나 귀할까마는,스물이 훨씬 넘은 애들이 엄마와 이웃이모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느라 애쓰면,최소한 일손을 돕지 못해 죄송하다거나,엄마를 위해 설거지라도 하는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다큰 성인들을 끔찍히 위하는 엄마 앞집언니는 딸에게 밥을 방으로 갖다 바치고,물한방울 묻히지 않게 잘 키우나?

자식 낳아보지 않은 내가 그런 생각을 속으로만 삭이는데,여전히 사람은 자신에 대한 가치를 잊고

타인의 허물만 가르친다는 것이 멀지 않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거의 끝이나고,나는 한해의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

강은 저녁이면 고요해서 물거울이 되어 풍경을 비추곤 하는데,천천히 걸으며 물을 바라보는 것도 고즈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