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겨울 서정
정수씨
2025. 1. 13. 02:32
강바람이 덜 불어오는 날이면
강으로 가 걷는다
아침저녁 또는 시시때때로 전화를 걸어오는 맏언니에게 호응하는 일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
어릴적,동네 우물이 있던 자리는 물구멍의 흔적을 남긴 채 묻혀버렸지만
겨울이면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물이 길어지고,여름이면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시원했다
두멍이라 부르는 큰 독에 물을 길어다 붓고 물을 아껴야 했다
그릇마다 물을 채우는 것이 언니와 나의 일이었고,나는 기를 쓰고 물을 길었더랬다
질금대며 흘리는 물이 더 많아서 정작 물을 부을라치면 삼분의 일이 될까인 물의 양이 조금씩 채워지고
추위가 닥치면 물을 덜 채워야 독이 터지지 않는다셨다
얼음이 얼어붙고 물통마다 얼음이 가득해서 바가지로 얼음을 깨트리고 물을 사용하던 일
얼음을 오도독 씹어먹던 우리들
마실 가신 부모님을 기다리며 언니와 나는 벼라별 장난을 다하고 호야에 쇠꼬챙이로 지져 머리를 태우는데도 파마를 한다고 난리를 피우던 일이며,마을에 몇 안되는 티비가 있는 집으로 몰려다니며 티비를 보러 다니던 일
꼬질꼬질한 아이들을 윗목에 앉히고 기꺼이 안방을 내어주면서도 싫어하는 내색조차 못 냈던 어른들을 이제 생각하면
참 대단하다
당신들의 집에 무작적 밀고 들이닥친 꼬마손님들 때문에 맘대로 옷도 못 입고 눕지도 못했던 그들의 불편을 생각한답시고 돌아가며 집을 찾아다녔었다
참 아득한 겨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