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괜찮아

정수씨 2024. 5. 6. 02:43

일흔이 훌쩍 넘어버린 늙어가는 언니와 그보다 더 젊은 언니와 또 큰집올케와 이웃언니와 언니네 외손주와 이웃할매와 

 챙길 사람이 많다.

내게 챙기는 사람은 없어도,저네들끼리 오늘 하루 어버이날을 맞아 저녁에 고기를 굽는다나 어쩐다나 그런 이야기를 하는 언니네 딸애에게 어젯밤 제 엄마(내겐 언니) 몫과 제 아이들 몫으로 얼마를 주었다

매년 챙기는 일이지만,그애들이나 내 언니가 자기의 아이들을 시켜서 날 챙기거나 그렇다고 외조부모의 기일을 챙기는 일도 없고,언니들과 사이가 좋지도 않으면서 꾸역꾸역 내 도리를 하는 것이 스스로 참 모순스러워 자꾸 스스로에게 묻는다

무얼 바라는가? 하고.답은 없다.아무것도 저희끼리 잘 먹고 잘 살면서 내게 되도록 연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린 만나면 서로 마음 다칠 일이 생기고,내 지금까지 생채기가 너무 많아서 도저히 수습되지 않는 절대 딱정이 앉지 못할 그런 상처가 너무 많아서 그냥 표면적으로는 나이든 언니들을 대접해주지만,그들을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적막강산의 마음이 되어 비오는 밤에 만보걷기를 했다

옷이 젖고 신도 젖고,마음까지 후줄근 해졌다

얌체스런 모녀는 제주에서 돌아와 떠날 때 비운 냉장고를 알기에 비오는 오후 내내 반찬을 만들어 딸의 몫으로 할매의 몫으로 나눠주니,당연한듯 할매는 마치 내가 모녀를 지극히 섬겨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인양 전할거 전했으면 어서 가봐라 하는 식.

수준이 아니니까,다 아무생각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타이른다.

괜찮아.나는 아무도 보지 않는 작은 꽃을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며 행복한 사람이고,누구든,속을 훤히 보지만

모른체 해주는 사람이니까

아름다운 종말을 위해 무던히 잘 참아주고 있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