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샌들이 좋다
우리집은 시베리아라고 부르던 겨울집이다.
앞집과 딱 붙어 있어 시멘트블럭으로 쌓은 앞집 담이 우리집 담을 겸해 여유없이 붙은 담은 외벽이 아닌 실내벽이 되어져 햇살 한올 들지 않는 집이 되었다.
아마 동서향쯤일까.남향일까.남향이라도 앞집 외벽이 가려진 집이니 의미없고,늘 어둡고 습한 집은 무지막지하게 추웠다.
꽃밭을 가꾸고 싶던 내 소망은 잠시 한줌 꽃밭을 가꾸던 무렵이 있긴 했으나,길을 포장하며 뜯기었고,계단참에 만들었던 화단은 시멘트에 덮씌워져
흙이 사라지고 말아 집은 온통 시멘트 일색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추운집 무른 겨울이 수해동안 이어졌기에 겨울답지 않아 그옛날처럼 가난이 부추긴 추위마저 사라진 뒤
겨울도 그럭저럭 지낼만했지만,여전히 겨울은 힘든 계절이었다.
그러나,올해부터 난 겨울이 좋아졌다.쉴새 없이 흐르는 땀.일상을 힘들게 하는 늘어지고 츱츱한 더위는 이성마저 흐리기 일쑤라
차라리 정신이 번쩍 나는 겨울이 좋았다.뿐인가.겨울숲은 숲의 깊은 속살까지 훤히 보여주는가하면 나무의 골조가 드러나는 것이 좋기만 해서
겨울은 어쩐지 철학적이기까지 해서 좋았다.
올겨울 추위가 유난했다.그러나,쩔쩔 끓는 보일러는 성능이 좋았고,성은만큼이나 한량없이 뜨듯한 방바닥에 배를 대면 더이상 낙원이 없는듯
움막의 소소함이 좋기만 하여 겨울도 과히 나쁘지 않았다.
어쩐지 겨울이 끝을 보인다 싶으니 아쉰 맘이 든다.겨울은 기나긴 기다림이 있고,기다림의 끝은 봄이다.
내게 세월은 봄에서 시작해 ㅡ다음의 봄을 기다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올 봄은 더욱 유난하리라.여름은 가벼운 옷이 좋고,빨래며 시원한 바람이 기다려 지는 계절이며,맨발에 신을 수 있는 샌들은 또 얼마나 좋은지
샌들을 신고 냇물에 들 수 있으니 좋았던 기억으로 인해 여름도 그립긴 하나,이 끝이 보이는 겨울 아직은 더 기다리고 싶다.
기다림을 아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