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뛰지못한 봄이

정수씨 2019. 3. 21. 05:35






아직 바람끝에

 미처 모퉁이 돌아가지못한 겨울이 간당간당 매달려 있다

마치 시새운 노기처럼 마구잡이 바람을 부려놓는다

 모퉁이마다엔 봄바람의 거친 비질로 쓸린 겨울부스러기가 수북해 웅크리고 걷는 이의 모습도 안쓰러운데

아직 피지못한 꽃들을 기다리며 이미 피운 여린 꽃들이 지거나

 냉해라는 것을 입지나 않을까 부질없는 걱정을 하다 잠시 잠에 끌려갔었다

약이 덮씌운 잠은 희한하게 사나운꿈마저 쓸어가버렸는지

그토록 꿈과 꿈의 징검다리를 거너느라 잔동만동 하던 잠들이 아닌

 꿀잠을 잔듯한 것도 같고,하지못한 일들 머리맡의 새하얀 걸레도 그대로 멈춰 얌전하고

 그게 뭐라고 아무도 딛지 않은 방바닥을 기어이 닦아대는 새벽

만만히 커피한잔 생각하다 둔다.한웅큼씩의 약을 털어놓고서 굳이 좋지도 않을 것을을 잘해주지 못한 내몸에 저질러서는 안된다고

텁텁한 갈증을 다독인다

 아직 바람이 차고 추운거라면 하도 무서워 추운쪽으로라면 한여름에도 겁이 나

차마 가보지 못했던 강원도쪽의 골짜기가 그리도 아름다운걸 어느 촌스런 남자의 엉성한 개인방송에서도 보았건만

개나리 진달래 제비꽃 아직 잔뜩 긴장하고 있을터

 출발신호를 보내주지 않아 다행인것일까 이미 부정출발한 봄이 나모르게 내빼고 있는 것일까.

지난해 가뒀던 봄을 꺼내봐도 여전히 이쁘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