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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조각들
정수씨
2018. 3. 19. 23:41
흩어져 쓰임을 잃은 석재들이 사람의 마음과 다르지않다.
여기저기 쓰임을 모르게 흩어지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도 한때 웅장한 절집의 한부분이었던 돌덩이가
어디에 쓰일지 몰라 어지러이 흩어진 마음들과 다르지 않다.
거머쥘 것이 없어서 다행일까.내의무를 다해야 할 존재가 없다는 것이 그나마 홀가분하다.
누구와도 새로운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았으면 좋을 텐데 쓸데없는 인연이 무겁다.
인척들의 경조사에는 봉투만 보내거나,살벌하긴 해도 계좌이체로 바로 입금하는 것으로 도리를 다하는 것이지만
이전세대의 연일뿐,나와 연관한 인연이라기엔 너무 억측이다.
지난주에 작은고모의 아들이 딸을 결혼시킨다는 소식을 문자로 받았다.
당자가 아닌 그 아우에 의해 내게로 온 문자는 자식을 출가시킬 일도 내가 결혼 할 일도 없으니 아무 연관이 없었지만
큰집올케를 통해 계좌로 돈을 보냈다.
오빠가 돌아간뒤 되도록 별일 없으면 꼭 부모님의 기일에 참석하던 그들내외는 오빠 떠난후 두어번 기일을 참석했을 뿐이다.
서운해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받아들이기위해 애썼다.
그리고,나는 맏며느리의 고달픔에 대한 작은 위로라 여기며 사촌시누이로 도리라 여기며 일년에 두어번 얇다란 봉투를 마련하여
큰집에 들러 전하고 오는 것이 오라버니가 다하지 못한 도리를 지키는 것이라 여겼다.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지만,오고가지 않는 길은 무의미하다.
서글프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