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맑음

정수씨 2023. 11. 17. 00:30

말갛게 갠 날을 택하여,바람이 적당히 살랑이는 날을 골라 이불을 빨아 햇볕에 내다 널면 개운해지던 마음인데,이제 옥상에다 빨래를 널러다니는 일을 그만둔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이불을 털어대던 앞동의 어떤 분은 어찌나 깔끔한지 자신의 이불만 소중한지 지나는 이의 머리위로 마구 떨어질 먼지는 생각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바라보곤 했는데,이분은 어찌나 바지런하고 깔끔한지 세상에나 옥상에 빨랫줄을 매고는 빨래를 널지 않는가! 됐다.나도 늘 볕드는 이웃의 옥상으로 빨래를 널러 오르내리던 기억이 남아있고,빨랫줄 하나 맘대로 맬 수 없었던 지난날의 시절이 안타까웠던지라,마당 없는 아파트에 옮겨와 살면서 더욱 그나마 햇볕에다 빨래를 널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어렵사리 줄을 매고,버려진 옷걸이를 주워다 바지랑대로 받쳐두고 빨래를 널었다

수시로 오르내리며,빨래를 뒤집고 보송한 빨래를 걷어들이노라면,햇볕의 냄새와 바람의 냄새가 나는듯했다

그러다 옥상에 방수공사를 하면서 철거된 내 빨랫줄,그리고 빨랫줄의 시대가 끝나고,베란다의 철 빨랫줄에다 옷걸이를 사용하여 빨래를 널고,모자라면 빨래걸이를 몇개나 사용해가며 이불을 빨아널어야 하는 일상이 별로라,이불을 빠는 일이 

내게는 마음을 헹구는 일과 진배없는데,요즘은 그럴 일이 자주 일어나진 않는다.어지간하면 견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