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멀미나는 사람들

정수씨 2017. 8. 15. 16:44



망한집이었거나,폐문이라는 이름의 절손가계

 엄격히 말하자면,외손도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면,절손은 아닌 여식으로 이어진 가계가 되겠지만,

 여럿을 낳았으나,딸이 다섯 아들이 둘.일곱이 살았고,사내 둘이 먼저 떠났으니 다섯 딸이 이어갈 가계였다.

다섯딸중의 막내는 오랜 병수발로 인해 혼기를 놓쳤고,본의아니게 딸뿐인 가계의 제사를 담당하는 자리까지 차지하게 되고보면

어렵게 공부한 이력은 다 쓸데없고,그로하여 떠안은 어려운 운명이 어디다 대고 한탄하지 못할 그냥 막연한 운명이려니 받아들일뿐이다.

한때는 저 꽃자리가 나무를 재어놓는 나뭇단의 자리였다.

참 지혜롭지 못하기로는 따를 사람이 없다 싶은 엄마의 행동을 이어받아 버릇처럼 나또한 미련할때가 많아서 어차피 더운밥도 두면 식은밥이 되건만

굳이 식은밥을 차지 하는 것이라든가 하는 일상의 사소함으로 엄마의 행동은 닿아있다.

묵은 나뭇단은 결국은 집을 수리하며 욕심많은 할매의 화단거름으로 돌아가고 마는것을.아직도 오랜 나무썩은 자리의 걸진 흙이 양분이 되는지

어릴적 재실관리인이었던 부모님을 둔 친구의 집에서 캐온 한뿌리가 번진 원추리는 어찌나 그악스레 자라는지 온둘레에 원추리가 지천이다.

이미 남의 밭이 되어버린 예전의 마당자리를 따라 원추리며 내가 키워내던 꽃들이 드문드문 피어나는 것을 볼때마다 옛기억이 새롭다

달래캐러 다니며 캐온 달래를 다듬고 버리면 달래의 자잘한 알뿌리들이 흩어져 싹이 트고 그것들이 번성하여 봄이면 어김없이 달래는 솟아나왔다.

나리꽃이 내 키보다 더 높이 자란 언덕아래로는 이제 풀 한포기 뽑는 에너지조차 힘겨운 노인들이 뿌렸을 제초제가 지난 흔적이 누렇게 시든 풀에 남아 있다.

옛집에는 그악스레 자라는 풀과 그 풀을 뽑겠다고 맨다리를 드러내고 작정한 내게 때를 만난양 달려드는 모기떼.

장마비가 내리지 않던 장마기간도 다 지났건만 질금대는 비가 몇날을 두고 내릴 작정인지 눅진한 방바닥에 보일러를 켜고 등을 대면

뜨끈뜨끈한 등이 좋기는 해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는지 무관하게 오래 그곳에 머물고 싶어지곤 했다.

빠듯한 시간때문에 제사음식을 냉장고에 두고 관리하지 못한 지난주내내 언니의 병수발을 드느라 정신없었기에 이미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처리되었고

계절도 빠르게 자리를 바꾸고 있었다.

그곳에 살때는 원추리 한가지 꺾어다 꽂으면 그리도 어둡던 방안이 훤해지는듯도 하더니,자주 성질을 부리고,감정이 오르내리는 것이 일상인양

자주 인격장애가 아닌가 의심하곤 했다.

여유를 잃어가는 것인지 부러 가파르게 살려고 작정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