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쁜 것
모든것이 스치다
정수씨
2018. 3. 28. 16:33
내친구네 마당에서 식목일쯤에 가져다 심었던 원추리
그친구는 외동딸로 제실을 관리해주는 부모의 귀한 딸이었으나 문간방에 있던 그애의 방구들 사이로 새어든
연탄가스를 마시고 세상을 떴다고 그후 그부모님을 어떻게 되었는지 바람결인듯
스치고 말았던 그애의 짧았던 삶
그러나,우르르 몰려가 놀았던 넓은 제실 마당이며 화단에 무리지어 피어난 원추리 한뿌리 캐어다 심었더니
끈질기에 피고 지기를 거듭한다.뿌리가 강해 어디서든 잘 자란다
오랜 후에야 이맘때쯤 돋는 원추리 싹을 뜯어 된장국을 끓이거나 초무침을 해서 먹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원추리 초무침이나 된장국을 끓여낼 상도 없거니와 혼자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겨 먹을 일도 그리 많지는 않아
꽃피는 원추리를 올해도 보겠구나 한다
집모퉁이 나뭇단을 재던 곳이 기름져 원추리 뿌리들은 시멘트바닥까지 파고 드는 극성맞은 생명력을 뽐내고 있지만
주인떠난 빈집에 저혼자 피고 지는 꽃의 신세가 예사롭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