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무서리 지나고

정수씨 2024. 10. 24. 01:12

아직은 싱싱한 고추가 매달리는데도,지난밤 무서리 살짝 지났는지 고춧잎이 시들하다

학수엄마는 극성맞게 농사를 지어놓아 배추가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배추밭에 속이 차오는 배추가 어찌나 이쁜지 길을 가다 가만히 멈춰 배춧잎이 지우는 초록그늘을 바라보거나

바람이 지날때면 배춧잎이 내는 소릴 듣곤 한다

출근 할 때가 아님 거의 흐리멍텅한 명정의 상태가 되어 있는 학수.이제 날이 차가워지고 있으니 따뜻하게 하고 다니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와 좋은 인연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좋지만,이제는 의지만으로 조절하기 힘든 길을 가는 그녀의 알코홀릭은 어쩌지 못할만큼 진행되었지만,그래도 가끔은 내게 책을 골라달라는 소리도 하고,이런저런 대화를 하기도 한다는 점

일찍부터 우리가 만났더라면,서로 좋은 영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텐데

그녀의 정서는 이미 굳어버렸고,나도 이제 성가신 것은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되어 혼자 산책하고 혼자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 되어 상대와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이 아주 불편한 사람이 되어 늘 혼자 걷는다.

코스를 선택할 메뉴가 별로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그래도 여염집아낙이 아니라 밥하느라 아이들  챙기느라 애쓰지 않고

느슨히 산책하는 시간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