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물들다

정수씨 2023. 11. 9. 04:20

나무마다 다 한 시절이 있기는 하다

은행나무는 딱 요맘때라야 존재감이 드러나기에 봄의 연두빛은 너무 미미하기도 하고,잎이 틀 때가 비교적 늦은 편이라 다른 연두에 밀리는 느낌이라 별로 표시가 나지도 않지만,여름의 그늘도 무성한 편도 아니고

딱 지금이 은행나무에겐 그야말로 황금기인 것 같다

벚나무 가로수는 꽃으로 존재감이 있으니,제일 떠들썩한 봄을 맞고 봄꽃따라 대접받는 축제까지 이끌기도 하지만

은행나무는 물들어 갈 때 확실히 지는것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일러주는 나무같다

열매로도 존재감이 있기는 하나,감나무나 심지어 조그만 것들의 대명사가 된 도토리에 밀리는 것이고보면

다만 노랗게 물들어 지는 잎들이 노랗게 융단이 되어질 때 확연한 존재감이 드러나는 나무

침엽수라고 분류되어 놀랐고,진화가 되지 않은 채 지금에 이르러 화석나무라 하기도 하는 나무인데다 오래오래 살아서 

나무의 나이가 고령인 나무들이 지역마다 이름을 얻고 있기도 하니

내 고등학교에도 백년이 넘은 나무가  두 그루 상징처럼 서 있고,노랗게 물들고,어느날 하루아침에 지고 말던 잎들을 인근의 약재상에서 사가기도 한다는 소릴 들었다

더러 잎이 방충작용이 있다해서 마른 잎을 긁어모으는 이들이 있었고,은행을 줍는다고 위험한 도로까지 걸어나오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이야 다들 건강을 노래하는 시절이니 은행열매는 매연에 시달려서 되려 해롭다고 알려진 뒤라 아무도 그렇게 열매를 줍지는 않는다.심지어 열매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열매 없는 나무만 심기도 한다니 참.인간이란 제일 그악스런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가장 이기적 유전자가 인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