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바람

정수씨 2023. 11. 14. 03:57

석달 열흘 붉던 배롱나무도 이젠 잎을 모두 버리고

매끄라운 가지에 초겨울 볕 한줌이 아쉽다

오랜 세월을 새긴 모양새가 멋지다 이젠 꽃피는 것들의 시절이 다하고 무덤덤한 잎을 지닌 것들이 드러날 계절이다

대나무의 곧은 가지와 잎

저녁이면,대숲으로 깃드는 새들의 재재거림이 부산하고,대숲은 으스스 겨울바람을 털어내겠다고

긴 몸체를 휘청이며 견디는 계절이 왔다

여름이면 모기의 등쌀이 기웃대려던 마음을 거두어버리던 곳인데,찬찬한 걸음을 하고

오래전 선비의 걸음새로 걸어봐도 좋을 날씨

볕바른 담장너머 대숲의 소릴 들으려나?배롱나무는 잔뜩 몸을 수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