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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정수씨 2020. 9. 4. 02:37

뒷뜰을 보는 듯한 절집의 한갓짐

 비내리는 산사의 마당

배롱나무 석등 당간지주 이상하게 이 곳의 당간은 나즈막하다

태풍이 지나고,멀쩡하게 드러난 하늘을 보며 어쩌면 알 수 없는 배신감 같은 것을 느낀다

여름을 벗겨내느라 간밤에 그렇게 소란 피우며 몰아쳤을까 하는 마음이 든 것이다.

밤새 창틀이 날아가지 않을라 걱정하며 잠못 이뤘다

바람이 요상한 소리를 내며 회오리치듯 이리저리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

물받이 홈통으로 내려가는 물소리에 새는 놀라 꼭꼭거리고

나도 무서워 새장앞에 쪼그리고 앉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