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빈집

정수씨 2022. 12. 13. 02:02

할매의 이력은 모른다.

 어쩌다 별 신통찮아 뵈는 아들인가 싶은 젊은 남자가 흰차를 대는 것을 보면 할매는 그래도 혼자는 아닌가보다 했다

그렇지만,대부분 기운 없은 할매는 혼자 여서 기력이 없어 보이는 것 외엔 별 기억도 나지 않는 할매

나는 오르내리는 길에 할매께 먹을 것을 드리곤 했는데,미안해 하시면서 받으셨다.

그러나 내가 뉜지는 모르실 것이며,몇년인가 마을에 사셨지만,마을사람들과 왕래가 없어서 마을사람을 알지는 모른 채

시설로 들어가신듯.빈 집은 가끔 흰차의 주인이 드나드는 것 같지만,한 때 살림의 이력이 보이는 반들거리는 항아리도 주인을 잃어 이렇게 환삼덩굴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마을엔 빈집이 많다.내가 살던 곳도 빈집이다.빈집에는 냉장고와 제사를 지낼 세간만 있다.

그래도,여전히 빈집을 닦고 겨울이면,보일러가 얼지 않게 해주고,여름이면 눅눅한 실내에 선풍기를 불어 보송히 말려주기도 한다.옆옆이 빈집인 마을에 평균연령이 아마 거의 팔십에 가깝지 싶다.

구부정한 허리와 유모차나 보조기를 이용하지 않으면 자력으로 걷기도 힘든 할매들의 천국

이제 따스한 회관에서 모이고 흩어지면,화투짝을 거머쥐고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그게 우리부모의 세대가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