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살다보니
정수씨
2024. 8. 16. 01:36





적당히 거릴 두어야 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가족이 있으나,없는,그러니 그들에게 늘 비무장지대 같은 감정의 격리공간이 필요하단 생각을 하고 산다
피해의식이 너무 큰지 모르지만,나눠지지 않은 힘들었던 시절의 기억은 마음에 적잖은 앙금과 옹이를 만들어
되도록 피붙이와 적당히 지내려 했다
그러나,언니의 아이들이 제가끔 가정을 지니게 되고 각자의 삶이 또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기에 그래도 젊은 이모라고
내게 이런저런 푸념을 터놓는 아이에게 서운하게 하지 못하니 이런저런 얘길 매일 들어준다
출퇴근길에 그런 얘길 하는 걸 들어주노라니,일년에 한두번도 볼까말까인 언니의 사위나 손주들까지 내게 숙제가 되기도 한다.출근전일 언니의 딸에게 장문의 메시지와 곁들여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을 담아 보내는데,
육아와 직장 가사노동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의 고달픔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에서 였지만
나이차이가 몇살 나지도 않은 우리가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기에 사실 나도 그애에게 기대고 싶을 때가 있는데
사회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나와 일찍 사회로 진출한 언니의 딸이 훨씬 모든 것이 능한데도
이모의 조언이 필요해서라기 보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갈등을 터놓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애의 말을 들어주고 더러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도 호응하는듯 침묵하며 지나가기도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그애와 나,편하게 여행하는 날도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