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점
아~사투의 흔적이 일단은 후련하다
막바지의 토양소독제를 뿌리라는 조언을 받잡고,천성적 오지라퍼는 오빠네가 하려고 다듬어 놓은 곳에도 뿌려줄까 했지만,자기들의 방식이 있을테니 눈 질끈 감고 선점하듯 일단,비닐을 전부 씌웠다
자격지심에서 였을까? 전엔 인사하면 반갑게 인사받던 할매는 샐쭉하니 형식적으로 인사를 받는둥마는둥.그러고도 미안함과 너무 찝찝한 기분에 오라비께 문자를 넣었더니.그도 어지간히 기분이 상했는지 "제발 이제 밭 이야기는 하지 말아라"라는 답이 왔다.내 맘대로 하면 된다는 말도 잊지않았지만,마음이 편하지 않다
천성이다.남도 좋고 나도 좋아야 하는 공정함이 늘 내게 있기를 바랐건만,세상도 세상사람도 내게 친절하도 다정하도 않았다.그러니 뭘 기대하랴? 겁도 없이 자그마치 고추모종 일흔포기나 샀으니..그걸 저기다 다 꽂고는 탄저병이 오면 그대로 주저앉으면 저 오빠네는 속이 후련할까?고소해할까? 앞집언니는 여전히 내게 푸시하는 중이고.봉창으로 보이는 저 평화로운 풍경은 다 마음이 편하지 못한 얼굴들이 들앉아 있다니ㅡ얼마나 마음이 고된지,내겐 세상을 향한 봉창인데,새집을 지은 현재 마을이장은 오빠가 죽자마자 장례식장에서 오빠가 타던 자전거를 달라거니,자기가 가질만한 물건을 달라고 부아질을 했었다.그땐 그가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였었다고 쳐도,창고의 문을 기계로 개방하고 오빠의 물건을 멋대고 가져가는등
이루 말이 아니었다.그는 십년전만해도 고물을 산더미 같이 쌓아두며 새어머니와 주권을 다투던 중이었었고,내게 밭을 하라던 오빠네는 그 앞집,멀쩡히 내손으로 돈을 건넸는데,안받았다고 딱 잡아떼는 할매는 그 앞집이고..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반가이 인사한다
속이 썩어문드러져도 삶이란 속내를 다 드러내지 못할 상황이 이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