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수보아라..
이제는 쓰지못하고 읽지 못할 줄 알았던 편지.
저는 다시 씁니다.
엄마라는 잘못 건드린 눈물자리.
저의 통점인 자리,
어릴적 전 서울로 돈벌러 간 딸들에게서 온 '부모님 전상서'로 시작되는
편지를 우체부아저씨께 전해받아 부모님께 읽어 드렸지요.
그런 편지를 받고 엄마는 절 앞세워 답장을 씁니다.
"호야 보아라"로 시작한 엄마의 편지는 논스톱으로 쭈욱 이어진 날이 드물었고
늘 기어이 코를 핑 풀어내는 엄마의 목맨 눈물이 더많은 말줄임표에 숨곤했습니다
"객지에서 몸성히 있기를 이 못난 에미는 빈다"라고 맺는 엄마의 편지
야학으로 글을 익혔다지만 일본말에 더 익숙했던 세대,이나라의 갖은 불행을 다 겪은 세대
엄마의 글은 이가 빠져 있기 일쑤여서 전 자주 퉁을 주었지만
초등생이 빼뚤빼뚤 써내려간 글씨체처럼 엄마의 글을 만나는 날이있었던 순간은
얼마나 좋은 시절이었는지요.
오래 앓고계신 엄마곁에서 죽을 떠 넣어 드리던 느리디 느린 시간.
시집한권을 들고 읽으면 그시집이 거의 다 읽어질만큼 지난하게 견디신 시간을 살았습니다
그악스레 돋는 풀을 뽑아야 했던 시절이었지만,
돌틈에서 악착같이 제 삶을 일으킨 그것들을 차마 '잡'이라는 이름으로 뽑지못하고
잡초라니.세상에 잡으로 불릴 것은 인간말고 또 있을까 하는 지금에사 돌이키면
그래도 목숨이란것을 아파하던 그때는 지금보다 나았을까요.
봄날을 함께 맞아 저것좀봐.외며 삐딱한 엄마의 고개를 차창밖으로 돌려놓곤하던 지나간 봄날이
제겐 아름다운 한때였는지요.
오랑캐의 나라에서 맞는 봄도 아니건만
엄마라고 불러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 엄마는 제게 어떤 편지를 부쳐 올까요.
"사랑하는 딸아,살아라.살다보면 옛말 할때 있을거다.몸성히 잘 있거라"
끝내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하고 코를 풀지나 않으실지
늘 젖은손 마를날이 없는 제가 이젠 병든 노모의 자리를 대신한 오라버니의 구긴삶을
거들어 살림을 살피느라 이불을 빨아 엄마처럼 늙어 죽었지만,여전히 삐딱하게 서서
빨랫줄버팀목이 되어준 그 빨랫줄에 널었습니다.
어---하고 더듬대며 말을 만들기도 전,
제맘은 벌써 먹먹해집니다.천지에 봄이 ㅡ그예 오고 있을거기 때문인지요.
타인의 아픔에 통점은 없고 압점의 감정에나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봄이 달달하기만 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저는 이봄날이 안녕하기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