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쁜 것

알감이 하나둘 내려지면

정수씨 2019. 11. 16. 01:37



손닿지 않아 살아남은 까치감이

 부리에 쪼여 시나브로 스러지듯

 겨울이 좀더 성큼한 걸음을 합니다.

얇은 옷을 깊이 넣고 보다 두터운 옷을 꺼내 입었다 여겼지만,옷은 여전히

 급강하 한 밤의 찬기를 가려주지 못하니 잔뜩 어깨도 웅크리고

손은 주머니에 두고 걷게 됩니다.

 한주만에 땅을 딛고 걷는 것이 현실감이 나지 않는 것은 연신 강한펀치를 들이대던

주변의 상황에 어찔머리가 나고

 역시 사람은 아니다.내지는 내 성격이 이상한가?갖은 자책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다가

본능적 삶을 향해가려면 그럼에도 나는 내 지도로 찾아낼 길이 있겠거니 생각하는 거지요

호빵을 내놓은 상점의 풍경도 달라지고 뜨끈뜨끈한 호빵을 꺼낼때면

집게를 사용하여 야채와 팥이 들어있는 호빵을 골고루 골라가던 어느가장의 든든한 어깨도

떠오릅니다.요즘이야 드문 풍경일테죠.가정이라는 것이 그림자처럼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손바닥 안을 들여다 보는게 고작일게  분명할테니까요

오직 세끼를 모여서 소란스레 수저를 부딪고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 물마시는 소리

 엄마의 잔소리 ,그런 소리가 담장밖으로 들려오거나 창호지 문에 어른대는 가족들의 그림자


감나무 꼭때기까지 미어지게 감이 달려도 따는 사람이 없고 마을은 거의 꼬부랑할매들이나,하나의 불빛 명멸하는 텔레비전 불빛은

 망망한 밤바다에 떠있는 등대 같기도 하고

일인가구가 늘어 불빛 하나를 점유한 이들은 각자의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가 아닌가 하는 쓸쓸함이 스쳐갑니다.

타인에게서 채우지 못할 혈육의 허기는 부질없고,어쩌면 더 이악스럽고 치사해서

 나가떨어지게 하는 기어이 애증하는 사이가 되고 마는 그런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