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여전한 바람

정수씨 2025. 2. 28. 00:51

눈먼 꽃이 있을까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응달

뾰족뽀족한 바위능선이 불어넘긴 바람이 윙윙대는 골짜기는 깊었다

언땅에서 자라는 개망초며 냉이 씀바귀들 달래

땅에서 푸릇푸릇 겨울을 견딘 것들이 이맘때의 밥상에 오르면 겨우내 기운 잃어버린 입맛도 돌리고

자칫 우울해지기 십상인 마음도 좀 가벼이 띄울 수 있을까

그러나,한방울 물이 새벽마다 얼고 또 얼어서 빙벽이 된 물길은 꼭 빙하기의 얼음덩이처럼 켜켜이 얼음을 이루고 있고

얼음을 조금씩 녹이며 졸졸 흐르는 물이 몸을 부풀릴 즈음이면 생강나무 노랑과 올괴불나무꽃이 피어나겠지

올해는 조금씩 꽃시계가 늦어지는 느낌이 있다.

이제 견딜만한가 하고 뜨개실을 꺼내어 바늘을 잡았다

레이스뜨기를 마무리 못한 것이 있어서 며칠째 짬내어 뜨고 있는데,어깨는 여전히 실의 느낌 자극에 놀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