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예쁜 담장을 두른 개망초밭

정수씨 2024. 6. 15. 04:56

누구의 집이었을까? 땅의 넓이로 보아 큰 기와집이 있었던 곳 같다

 집이 허물린 것이 아쉬워 담장안을 기웃대는데,온통 개망초밭이다.억센 생명력,엄마의 밭에 개망초를 맨손으로 뽑아내다가 손바닥에 물집이 잡혔던 중학생인 나,그래도 별볼일 없는 꽃은 어울리니 볼거리가 된다

저런 개망초 밭에서 여고때 총각선생님이었던 영어선생님과 수줍은 포즈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데,카메라가 떨렸고

사진이 흐릿했다.내겐 그렇게 개망초가 기억에 남았지만,주인이 허물었을 집터에 망촛대가 가득 피었다

아쉰 마음에 기웃대니 반대켠 아마도 드나드는 문이 있던 곳엔 붉은 벽돌담장이 둘러져 있고,비록 집은 헐었지만

경계를 분명히 해두고는 아무것도 않으니 제자리라고 망초가 피었나보다

요즘 영상으로 빈집을 다니는 이들의 영상을 본다.그중엔 흉가처럼 을씨년 스럽고,스산한 집도 있고 사연이 상상되는 세간들이 그대로 있는 집도 많았다

영업장도 있고,절간도 있었다.그리고,내 친구에게 들었던 어느 빈집이 떠오른다

노인네 혼자 살다가 병이 들어 병원으로 들어가기전 상에 차려졌던 종지와 밥그릇이 그대로 상보에 덮여있고 냉장고에는 계란이 미라가 되었다는..그 마을 전체가 국유지여서 건물만 소유권이 있는지라,그래놓고 자식이라는 작자는 그집을 친구의 친구에게 자꾸만 사라고 조르는 바람에 백만원에 집을 샀더니 집이 그런 상태더란다

홀로 사시던 할부지가 드시던 상.텅빈 냉장고에 계란 몇알이 오도마니 들어있고,이불도 그대로 깔려있는 것을 들내고 쓰레기봉투에 담아내는데,한참을 걸렸지만,단촐한 살림이더라는 말에 오랜 여운이 남았었다.

또 누군가는 그냥 부모님의 재산만 차지하고 그대로 집을 전문청소업체에 맡기는데,어쩌다 귀중품이 나오면 그제야 챙긴다고..세상이 그렇단다.

그러면,자식 없이 나이들고 늙어가는 내게 좀 위로가 될까마는,..그렇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