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쁜 것

올괴불꽃

정수씨 2024. 3. 19. 01:06

내 맘이 그럴까?

분명하지 못한 있는듯없는듯한 존재

희끄무레한 가장자리의 꽃

지난번에 만난 올괴불꽃 미련이 남았고,얼레지의 군락지가 궁금해서 어렵사리 걷는데,얼레지는 이르고,아직은 푸른 색은 눈에 띄지도 않는 숲

산위는 여전히 눈이 녹지 않았으니,봄으로는 이른 곳이다

혹 발견하지 못한 꽃이나 주울까 하고 나섰다가 아무것도 발견못한 채 생강나무 꽃 반가이 만났고

올괴불은 덤이다

숲길을 걸을 때는 긴장하는 마음이 들지만,기대하는 마음도 있기에 눈이 바쁘다 꽃을 만나면 너무 설레서 두근대는 마음탓에 촛점이 흔들리고,부스럭대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기를 거듭하게 된다

봄이다

예전에 시베리아 집에 살 때는 겨울이 너무 싫었다

손이 곱아드는 밤 점퍼를 입고 장갑을 끼고 앉아 책을 읽었었다

모녀의 치운 밤은 돌이키고 싶지 않았다 오죽하면 곰국이 되고 싶었을까

종일 뜨거운 불위에 앉았을 수 있을 곰국처럼 푹 고아내야 할 마음의 응어리들

살면서 옹이 없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는데.불거진 옹이는 나를 다치게 하고 상대를 다치게 하나니

풀이 자라나면 또 숲이 빼곡히 채워지면 보이지 않는 숲은 두려움의 너머가 되니까

이렇게 속을 보여주는 겨울숲이 좋아졌다

겨울이 좋아지고 이젠 낮이 길어 좋았던 여름은 겨울에게 자릴 내 주어야 하나?

사철 아름답지 않은 계절이 없다

이 아름다운 나라의 일부만 보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