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왕자두가 익는 시절

정수씨 2020. 8. 23. 03:01

자진 칩거에 들어야 했는지 아님 시대가 우리를 가두었는지 갇혀보내는 동안 버려진 자두나무에 무더기 무더기 꽃이 피고 자두꽃 향기가 이토록  은은했는지를 모르고 어릴적 조그맣고 새빨갛게 익어 한소쿠리씩 따서 팔던

 욱이네 늙은 자두나무는 포도밭 언저리에 있었다

가지 높은 데까지 장대를 들어 마구 두들겨 패면 검붉은 자두알이 후두둑 떨어졌는데,

자두는 어떤 것은 달콤하고 또 어떤 것은 싱겁고 설령 단맛이 났다해도 씨의 중심을 향할수록 시어서 절로 눈이 찡긋거려 지곤 했다

과수원을 하던 욱이네 집은 할매가 좀 인색했고,부모님은 인정이 있으셨던 분

주머니에 화투짝을 넣고 다니시며 만나는 사람에게 자꾸만 화투를 하자시던 할매는 돌아가신지 오래

과수원은 없어지고,부모님은 여전히 마을에 남아 나이들어 할매할배로 살고 계시다

어쩌다 옛집에 갔다가 마주치거나,마트에서 만나면 반가이 인사하던 분들

지금은 자잘한 옛과일은 모두 추억으로 먹게 될뿐

인물 좋은 과일만 찾아 먹게 되니 왕자두가 보통의 자두로 읽혀진다

노르스름한 왕자두를 한입 베어물면 입안에 고여오던 환한 단맛의 과즙이 혀가 기억하지만

워낙 비싸서 올해도 지난해도 자두는 먹어보지 못하고 여름이 다하는가

가을에 나는 늦자두가 있다니 큰맘을 먹고선 한 알 사먹어 보게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