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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하다.

정수씨 2012. 9. 1. 02:00

간만에 약속이란걸 해놓고 간밤을 설렜다.

어떤모습으로 나서야 할지 어떤말을 할지 내내 마음이 들떠있었다.

기차를 타는일은 다시돌아오지 않을듯하여 홈으로 나서 바람을 맞을땐 이곳아닌 먼곳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같기도하고

더는 먼 이국에서 느끼는 바람같기도 할것같아서 바람을 달래게된다

나가보지도 않은 낯선나라의 바람이 내 뺨을 지나는것 같아서 바람을 쓰다듬어 본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잠깐 다리 하나 다리 두엇을 지나자 이내 순간이동이라도 한양 내가 가야 할 곳에 와있다.

신호등 건너의 빙수를 먹던 자리는 다른 일을 하는 자리가 되었고,거하게 바뀐 역마저도 예전 모습은 아니다

나역시나 여드름이 신경쓰이던 여고생이 아닌 나잇살이라는게 붙어 간수가 안되는 모습으로 허둥대고 있었다

그러나,

내 언니 은주언니만이 여전했다

아이 셋을 장성시킨 엄마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간만에 보는 언니는 윤기있어 보인다

투사라고 했던가.내가 못한것 이루지 못하고 사는것을 누군가 이뤄가고 행하고 있을때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기쁘고 즐겁다

지난밤 내내 생각했다

달랑 혼자 사위를 잃고 당신이 손수 준비하기도 했을 사위의 젯상이며 오죽 답답하면 다가올 불안한 미래에대한 언질이라도

얻겠다고 찾아간 자리에서 다시는 남자를 생각지 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을 친정 어머니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고 심장이

아팠다.그러나,정작 본인은 더 환하게 웃고 "너보다 다 잘사니까 너나 잘살아" 한다.

그래.나만 잘살면 다 된다.오지랖이 아무리 넓다한들 내 오지랖으로 무얼 할것인가.기껏 헐한 눈물이나 닦는게지

큰바람끝의 거리.술렁이는 바람끝에 가을이 묻어있고.헛헛해져서 마저 돌아오지 못한 내맘일랑 그 거리 어름 어디쯤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