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는 달이 붉었다
이번 추석엔 달을 바라볼 여유마저 잃었다.피곤하여 일찍 들앉아 지냈기에 밖의 사정을 닫고 지냈기에 보름달과
서서히 이우는 달에 대한 시선도 거두어졌다.문득 하늘을 바라보니 저녁이 빨라진다는 것과 달이 오르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랐다
달이 반넘어 지는 것같았다.늘 밤하는 어딘가에 떠 있으나,그믐처럼 달을 잊고 지내는 날이 많았다.
큰오라버니가 떠났던 추석날 저녁.메마른 잎에 스치던 바람과 너무도 냉랭하게 떠 있던 달은 잊히지 않는다.
해지는 바다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으나,몇년에 한번 그런 기회가 닿으면,절로 마음이 꽉 다물어지고,어둠의 막을 벗기듯
솟아오르던 달을 떠올린다.
한밤에도 새벽에도 문득문득 달이 어디쯤에 떠 있나 하고 기웃대던 날이 많았다.
낮엔 잠시 볕이 부담스러이 다가오기도 했으나,이내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밤이면 따스한 방바닥에 등을 대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군불을 때던 시절이었다면 보다 더 많은 나무를 아궁이로 들이밀었을 텐데..군불때는 냄새가 사라지고나니 나무보일러를 둔 집의
연기가 너무나 용감해서 마치 공장굴뚝을 바라보는듯 하다.
내게 군불연기가 싫다고 봉창을 탁 소리가 나게 닫아버리던 앞집언니네도 나무보일러를 둔지 오래.그동안 나는 연탄보일러를 거쳐
기름의 시대로 접어들었고,앞집언니네 어설픈 화부들이 불쏘시개로 쓴 종잇장들이 재가 되어 물받이를 막거나,지붕에 묵을 그을음을
만들어도 한때 불내가 싫었다던 그언니는 불내가 좋다고 마음을 바꿔 말하는 것을 들었다.
지금 정겹다던 그것들이 내가 가장 힘든시절을 건너갈때는 그리도 싫었을까.가끔 생각한다.
이웃사촌이 먼 혈육보다 가깝고,내 눈물과 웃음을 함께 봐 온 사람들이니,나도 예전의 서운을 떨쳐보내야 하건만.
여전히 난 뒷끝이 있는 나쁜 B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