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쁜 것
장미의 엄마
정수씨
2023. 5. 10. 06:26





초등학교 2학년 때였을 것이다.공부 보다 기술이나 농업 선생님쯤이었는지 시골에 사는 이웃집 아저씨 이미지의 선생님
그분의 이름이 이상린 선생님 이었다.키가 크고 얼굴이 검고,약간의 곱슬머리였던 분
그분이 지금 생각하면 아기 였을 우리에게 늘 농사 이야기.특히 그분의 말씀 중에 장미꽃 접붙이는 이야기를 자주 하셨다
찔레에다 장미를 접붙인다시며,어린 우리가 알아듣거나 말거나 신이 나서 그런 이야기를 하셨는데
줄장미가 피고 있는 울타리를 보면 늘 그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장미울타리가 너무 아름답기도 하지만,조경수로 심어 둔 장미에서 도로 찔레가 피는 것을 보았다
마치 쌍거풀 수술이 풀린것처럼 성형이 덜 되어 다시 한번더 해야 할 것처럼
찔레꽃이 지천이다.향기도 장미처럼 짙은 향기는 아니지만,달달한 꽃향기는 수수하고 청량감이 있었다
한웅큼 꺾어다 집에 꽂아두면,이내 시들고 말지만,항아리가 있다면 제법 한아름 아무렇게나 꽂아둬도 예쁘지 싶다
내가 그렇게 찔레꽃을 꽂았더니,이웃할매가 이쁜 시샘을 하셔서 당신도 찔레를 꽂은 것을 보고 웃었던 추억이 있다
이제 그 귀여운 시샘쟁이 할매도 이세상 분이 아니시다.내가 궂은 일에 빠져 허덕일 때도 항상 날 공주라 불렀던 할매인데
가난했으나,추억만큼은 얼마나 풍성한지 꽃 하나 풀 포기 하나에도 많은 사연이 줄줄이 달려 나와
오래전 일들이 어제인양 떠오르니 추억부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