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청암사 부처님 오신날

정수씨 2024. 5. 16. 01:32

 

이상하게 그 영감님이 생각난다

 일행들과 여름에 청암사 계곡을 기웃대다가 만난 어떤 어르신,그냥 인사를 건네고 이러쿵저러쿵 이야길 몇 마디 나누는데,

그 어른은 당신을 따라오란다.그래서,마룻장 하나를 떠억하니 얻어걸리고는 편히 한때를 보낼 수 있었다

소주를 원하는 어르신께 우리가 가져간 것이 맥주가 전부여서 사다드릴까 여쭈니 "있는 거 묵지뭐" 그러셨다

말본새가 되었더라.그래서 자릴 하나 내주는 거다.그러면서 당신의 젊은날의 패기짙었던 시절의 이야기도 하시고...

청암사와 인근의 수도암은 인현왕후가 내려와 걸었다던 인현왕후길이며 여러가지 테마를 엮어서 절집에서도 인형왕후팔이를 하지만,역사적 근거가 있을까는 의문이다.

그래도,몇년전 친구와 함께 절순례를 다니다가,이곳에서 국수 한그릇을 달게 먹고 돌아갔던 기억이 나서 겸사겸사 왔다가

줄서야 하는 것이 싫어서 돌아가려다 거진 삼십분 이상을 서 있었던 것이 아까워 기어이 비빔밥 한그릇 깨끗이 비웠다

불심이 있어야 가능할 일들을 열심으로 해주시는 봉사자들 덕분에 뜨내기들도 줄서서 밥 한그릇 뚝딱 비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일하기 쉬운 국수를 하면 반찬을 하지 않아도 될텐데...날도 좋았고,나들이 하던 사람들도 기웃대어 나처럼 밥을 청하니 밥은 몇번이고 더 지어야 했던 모양이다.늘 너무 조용하고 한적해서 들어가는 길도 하나도 지겹지 않았지만,모처럼 들썩이는 절집.한그릇 얻어먹고는 누각에 드러누워 낮잠을 자는 이도 있다

인심이 좋기는 시원한 고로쇠 물을 숭늉으로 내놓기도 하니 비구니들의 절집답게 아기자기 배려도 살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