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타인의 한계

정수씨 2024. 3. 2. 02:06

거의 매일이다시피 들러 음식을 챙겨드리가 하면 요양사의 게으른 뒷바라지를 하게 되는 내게 전혀 댓가 없는 자발적 행위에 최소한의 고마움을 전하는 친구가 어쩌다 내게 베푸는 호의에 또 가만 있지 못해 내 저녁시간을 모두 바쳐 음식을 하고 또 친구의 어머니가 드실 걸 챙겨드리는데,무엇이든,오래 되면 호의가 권리가 되는지 당신의 딸이 일하는 것은 아깝고

아무 의무도 없는 내가 매번 먹을 것을 챙겨드리고 하는 것이 어쩌면 그리도 당연하신지 오늘은 좀 마음이 상하기도 했다

아흔이 넘은 노인네가 치매증이 있어서 그러신다고 이해하면서도 일부 기능에서만 병증이고 다른 일상에서는 너무 정상이니까 얄미울만큼 이기적이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가하면 내가 언제까지 이런마음을 지켜낼 수 있을까 마음이 혼란스럽다

대부분 시골 할매들이 혼자 사시면서 인근의 자녀들이 들락이지만 살뜰히 음식을 조리해서 드리거나 하진 않아서 

허리가 꼬부라져도 혼자 끓여드시고 그런 편인데,어거지로 요양등급을 받으신 영희엄마는 불과 일년전만 해도 모든걸 다 혼자서 하시던 분이 지금은 손끝하나 움직이지 않으시고,마을에서 제일 편하게 지내신다

이웃 성국이 엄마는 오늘 밥솥 뚜껑이 안 열린다고 하셔서 가보니 냄비에 찌개는 새카맣게 타고 요즘 눈에 띄게 상태가 나빠지는 것이 보인다

평생 농사짓고 고생하셔서 허리는 꼬부라졌고,영희엄마보다 젊으신데도 상태는 영희엄마 보다 더 안좋아보인다

혼자 사시는 할매들,멀지도 않은 내 미래를 당겨보는 것 같다

늙음이란 참 고즈넉하고 서글픈 일인데,딱히 취미도 놀지도 못하는 시골 할매들 회관에서 화투를 치고 출퇴근 하는 일이 일과의 전부다

요양사들은 뺀질대고,엉뚱히 오지랖 넓은 나는 괜한 업을 하나 얻었다

그토록 오래 간병을 하고도 왜 이렇게 오지랖질을 하는지

성격이 운명을 만든다는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