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하루
정수씨
2024. 11. 25. 00:12
숙제를 미루면 너무 찝찝한 마음처럼 텃밭정리를 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다시 어깨에 무리를 하더라도 마저 뒷정리를 하는데,시골에 살면서도 농기구에 대한 정보를 다 이해하지 못해
용도를 모르는 것과 또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기구들이 많다
이웃아저씨의 단정한 습관대로 그분이 쓰시던 농기구는 한곳에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그중에서 하나를 꺼내고
창고에서 삽을 꺼내다 밭을 다시 뒤집었다.무리가 있는 활동이지만,땀이 나고 흙이 튀고 삽날을 튕기기도 하고 삽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곳도 있는등 밭흙의 상태가 두루 날끝에 감촉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의외로 흙과 함께 하는 활동이 저항없이 다가오고 시간 가는줄 모르는 일임을 깨닫는다.어설픈 내게 가로등이 밝은 밭은
해가 일찍 사라져도 일은 이어갈 수 있어서 여름엔 해가지면 시원해서 좋기는 했지만,모기떼의 등쌀에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딱 이맘때가 일하기가 좋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
사람의 리듬과 기후가 엇박자인가 싶지만,여름엔 벌레 때문에 힘들고 봄날이거나 이맘때는 제일 만만한 때,
삽으로 부드럽게 뒤집힌 흙에 이제 무얼 넣어줄지 생각해 봐야겠다
무얼하든 진심을 다해 하노라면 그게 다 수행의 다름아닌 행위가 아닐까
어깨가 아프고 팔이 아파서 밤이면 잠못이루게 될지라도 마음은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