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헐렁한 아름다움

정수씨 2024. 11. 16. 04:19

자연이 비워지는 중이다

 개었던 날씨였는지 이곳엔 흐리고 가끔 비가 예보되었지만,장소를 옮기니 이곳은 맑음이다

딱 좋은 봄날씨 같은 그런 느낌의 자연을 천천히 즐기는 일

한여름이었다면 물놀이 하는 이들의 왁짜한 소리가 계곡을 채웠을텐데,계절이 지나는 이곳이 적막하기만 하다

그래도,부부모임인지 아님 그 또래의 동창끼리인지 삼삼오오 모여든 장년의 남녀는 무리지어 이곳저곳을 기웃대니 관광지라는 명분은 서는듯하다

낙엽이 쌓인 곳을 따라 걷자니 바스락대는 낙엽소리 수시로 잎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뒤돌아보곤 했다

바람이 없는 날

잔잔한 수면이 거울이 되어 아름다운 풍광을 그대로 비추니 고요함이 주는 아름다운 순간에 감탄마저도 조심스럽다

사는 것이 별건가?

살 부비고 살던 부부도 시한을 둔 남편을 지키는 아내는 한달도 안되었는데,아이들도 지치고 아내도 지친다는 소릴 듣는다

그녀의 성격을 알기에 앞에서는 직설적으로 말을 못했지만,병원에 있으면서 벌써 욕창이 생겨날 지경이라면

자세를 바꿔주지 않았단 얘긴것 같아서 씁쓸하다

간호사에게만 의존하려니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 환자를 돌려눕히는 일에도 요령이 필요한 법인데

험한 일을 겪지 않고 살아온 친구는 안간힘이라는 것이 생겨나지 않는 모양이다.

매순간이 소중할텐데,이제는 지쳐서 간병인을 쓸거라고 하니 무어라 말하기도 그렇다

위로받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그냥 무얼 말해야할지 몰라 듣고만 있었다

나는 내부모형제의 임종을 몇번이고 보았던 사람이라,경험들을 이야기 해줄 수는 있지만

그때와 지금은 너무 다른 조건이다.물자도 제도도 많이 좋아져 가족간병을 하는 이에게도 많은 배려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모든 것이 나중에 겪을수록 덜 힘드는 것이구나 느낄 뿐이다.

우울한 일이 많다.훌쩍 떠나서 휙 둘러보고 돌아가는 길 가을산을 넘고 또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