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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벌깨덩굴 너를 보겠다고 찾아간 것은 아니어도,자그마치 두시간을 달려서 여기 핀 네 얼굴을 들추어 담아왔다는 것만으로도너는 치운 칼바람 견디며 꽃을 피운 시간이 헛되지 않는군충분히 경배하는 마음으로 자세를 한껏 낮춰 이제는 따가워지기 시작하는 오월의 오후 햇살을 가득 머금은 네 얼굴이 이렇게나 환하구나.벌깨라는 이름에 붙는 "벌"이라는 것은 쓰임이 없다는 헛되다는 뜻의 경상도식 용어로벌소리 마라.할 때의 벌.벌짓인데.시대가 격해져서 격앙된 발음으로 세게 인식시키는 뻘짓 이라는 것도 아마 벌의 다름아닌 쓰임이리라.깨도 아닌 것이어서 벌깨고,깨를 비슷하게 닮기는 닮았고,덩굴식물이라 꽃시기를 좀 지나면 이내 덩굴로 덩굴로 자체번식을 잘도 한다니.벌 스러운 것들이 생존력엔 갑이라는 생각이 든다.사람이 이와 같다면,그 자리.. 더보기
선밀나물 홀아비꽃대 무리에 섞인 선밀나물 꽃 이쁘다 높은 곳으로 더 깊은 산으로 가야 만나지는 꽃들은 맑고 더 아름답다 같은 꽃인데도 분명히 그렇다 장소에 따라 꽃의 모양과 색이 다르니,신기하다 사람도 다르랴.군중속에 또는 도회의 찌듦속에 살아남아야 하는 이와 널널한 시골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온 이가 다르리라.아니다.같은 시골살이를 하더라도 생활철학이나 마음의 근본이 다르니 결코 서로 맞닿지 못할 부분이 있더라 아무리 수십년 함께 이웃으로 지내도 그랬다 그녀는 날 이해 못하고,나 또한 그녀의 그러한 이기적인 마음을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꽃이나 보고 살지뭐 더보기
당개지치 책으로 익힌 꽃,올해 만났다.처음이다. 내가 꽃시기를 놓쳤거나,이를 발견하지 못하는 곳으로만 다녔거나 겠지 예쁜 색감이고,털이며 가시까지 넓은 잎에 가려져 종처럼 수그린 꽃태가 예뻤다 마실길 가듯 가서 만나지는 꽃들이 죄다 이렇게 귀한 꽃일 수 있는 곳에 사는 분들은 행복할것 같은데 완벽한 암전,자연의 빛에 기대어 살아갈 산골마을을 경험 해보지 못해서 국도를 가다 일찍 문닫은 주유소며 불꺼진 상점들,딴세상을 가는 것처럼 낯설어 했던 기억이 있고 시골이어도,늘 환한 세상을 살아 그러한 자연에 익숙하지 못한 내가 이상할 때가 있다 방에 불을 끄고도 가로등빛이 새어들어 윤곽은 구분되는 간접조명의 밤이 내가 경험해온 밤이니 꽃 좋다고,산속으로 놀러가기는 좋아도,그곳에서 살기는 어렵겠다 더보기
현호색 눈떠진 맹인에게 밝아진 눈으로 길을 찾지 못하겠다 하니 누군가는 그랬다지 그러면,도로 눈을 감고 가시요 야생에서 꽃을 찾으려 애쓰다보니,흔한 원예종의 이름들을 잊게 생겼다 우리나이쯤이면, 잊기도 쉬운 일이라지만.입치매인양,머릿속으로는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뱅뱅도는데 입으로는 말이 되어지지 않는 일이 흔해졌다 한심하기도 하고,맥이 빠진다. 쉬운 한자를 잊어간다거나.오래전 읽었던 책을 새삼스러운듯 다시 읽기도 하고,특히,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흔해졌다.동창의 얼굴을 기억하면서 이름을 모르겠으니,대략난감이라 다행인건 그러한 모임에는 전혀 발들이지 않으니,이름을 기억해주지 못해 미안할 상황은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 이쁜 꽃의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서 참 열심히 공부했다 모든 꽃을 다 알지는 못해도 제철 따라.. 더보기
짝사랑도 가지가지 추우니 잠깐 활짝 열었다 얼른 닫는게 맞기야 하겠지 오죽하면 다들 목도리를 두르고 자잘한 솜털까지 나름 생존의 전략이 있었던거야 그렇지만,늘 늦게사 도착하니,제대로 된 얼굴을 단 한번도 못본게 너무나 서운해 살그머니 꽃잎을 벌려보며 중얼거렸어 "지금,좀 잠깐만 열어주면 안되니?" 천만의 말씀이라고.천부당 만부당이라고 그렇게 단호히 닫힌 꽃잎들,그래도 살짝 미안은 할까? 늘 겸손히 수그린 얼굴이 땅에 닿을것 같다 꿩의바람꽃이라니?누가 이런 이름을 붙였을까? 꽃이름을 붙이는 사람마다 참 창의성이 기발나다못해 무성의 하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꿩과 얘가 무슨 상관이기에?꿩의 짝짓기즈음에 피어서? 이즈음은 다들 만물이 생동하고,동물들은 잽싸게 후세를 퍼뜨리기 위해 짝짓기에 한철이지 개구리들도 난리난리여서 .. 더보기
달개비꽃 어떤 꽃은 꽃속의 꽃이 겹으로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꽃잎과 꽃술이 제가끔의 예쁨으로 어느부분 하나 허투루 이뤄진 것이 없는 꽃 곧 달개비의 계절이 온다 한여름 습지에서 이슬을 받으며 꽃이 핀다 잎도 날씬하고 날렵한 것이 꽃의 푸름을 돋보이게 한다 이렇게 이쁜 꽃도 그냥 지나치면,그냥 풀인것을 더보기
집중 보다 나은 사진을 위해 집중하는 동안 렌즈가 보여주는 피사체에 더 놀라운 사실도 발견한다 더러 새삼스레 오래전 사진을 뒤적이는 동안 놓친 것들을 다시 살펴보기도 한다. 지나간 시간을 압정을 꽂아 고정해두듯 자연의 한부분이 이렇게 고정된 채 잠자고 있네 사진을 맘껏 찍을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기기에 익숙지 못한 이들에게 동등히 기회를 주었고,인터넷망도 그러한 정보를 골고루 넘겨주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재미없는 사람들이 재미를 찾아내는 것도 이 사이버공간이 아닐까. 무의미하게 보일지 모르는 것을 나름 성실히 기록하는 것도 개인사에 대한 기록물로 충분하니까 방문이나 자랑 따위와 무연히 나만의 공간에 하루를 새기는 것이다. 더보기
꽃을 보내고 추위속에 반이상 얼어버린 꽃이 겨우 피어났을 밤이면 계절의 시계는 거꾸로여서 다시 겨울로 갔을것이라,꽃은 여린 잎에 얼음을 품고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채 였다 늘 겨울만 있을것이라 싶던 산에도 여름으로 디미는 푸름이 벅차다 노루귀의 솜털과 도로록 말린 잎이 쫙 펴지고 제법 윤기도 흐른다 잎도 꽃 못지 않게 이쁘니.많은 이들을 기꺼이 엎드리게 했을듯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