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길 터널이 끝날즈음.
갈래길이 나온다.오른쪽으로 가는것이 상례였으나,어느날 문득.왼쪽으로 접어들었다.
낯선길이 이어졌으나,산골로 드는 길이라 막다른 길끝은 늘 낯선 산골마을이었기에 별반 다를게 없을 그곳을 더이상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길의 시작은 정보화마을이라는 요상한 팻말이 붙어 있는 곳이었기에 그 산골에 무슨?싶은 마음이 있었던 터라 그렇게 잊었다.
일년에 두어번쯤 그곳을 지났었다.호쾌했던 할배가 내 말씨에 흡족하다며.손을 잡아 끌어 귀한 마룻장 하나를 내주며 친절을 베풀어 주시던 수년전 여름.
청암사는 비구니들이 머무는 암자다.아름답고 산골 여늬 절집이 그러하듯 고즈넉하고 정갈한 절집이다.
오랜 세월을 견딘 꼿꼿한 소나무가 절 초입에 기립해 있던 곳이고 왼켠으로는 물소리가 아름다운 계곡도 있다.
늘 그리운 곳이기도 했지만,그리워만 하고 잘 가게 되진 않았다.그러던 지난해 초겨울 또는 늦가을 누군가의 안내로 찾아가게 된 곳은
우리가 버렸던 길 왼편에 있는 길을 따라 오르니 너무 아름다운 길이 계곡과 함께다.
그곳의 아름다움을 못잊어 그다음날에 또 갔다.마침 김장을 한다고 국수를 했다며,공양간에서 국수를 먹고 가라시던 공양주님의 말씀따라 갔더니
국수도 과자도 커피도 과일도 맘껏 가져갈 수 있었던 곳이다.과자하나 바나나 하나 커피한잔까지 마시고 왔던 지난해 가을을 잊지 못해 가끔
찾아갔다.올해는 두어번 갔다.비내린 뒤 더 많아진 크고 작은 폭포에 끌려 올라갔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던 곳.
무서움마저 들던 울창한 숲.여름에 두번씩이나 그곳에 갔건만,수도암언저리만 두리번대다 돌아왔다.그러나,끝내 그곳은 화장실과 주차장이 들어서고 출렁다리도 생겨나고 폭포를 더 많이 찾아와 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하지만,여름이 아니면,늘 그곳은 너무나 한산하여 대낮에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것 같았다.
봄날에 그곳에 가봤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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