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티스토리챌린지

애증의 기억 일찍 고향을 떠나 서울로 돈벌러 갔고,갖은 설움 겪으며 평생을 서울사람도 아닌,이곳 사람도 아닌 사람이 되어 살면서 이제 여든 생을 정리할 때도 됐건만,원망과 애증으로 돌아보는 지난날에 매여 사는 맏언니와는 좋은 시절이 내가 어렸을 때였다.서울구경 하려고 부모님을 떠나 언니들이 있는 곳으로 갔을 때 너무 어린 나를 동생이 아닌 자식처럼 귀여워 해준 시절이 나와 언니의 좋은 시절이었다.그리고,학업과정에서는 늘 학비를 조달할 처지가 못되는 엄마를 대신하여 내게 의지를 꺾고 비난하며 사이가 틀어지기 일쑤였다그리고,기나긴 간병기를 거치며 우리는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며 지금까지 이어지는데,아마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과 그러나 어떤 억지스런 핑계를 끌어와야 하니까 언니들은 서로 연합하여 날 공.. 더보기
황금의 나라 해마다 경주에는 한번쯤 가곤 했지만,올초 변산바람꽃을 따라 갔다가 못 보고 돌아온 후 경주는 그냥 스치는 곳이 되었다 석굴암부처님도 뵙지 못한지 꽤 되었다 늦가을이거나,여름이거나 였던 경주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면엄청난 무덤과 금관에 대한 기억 그리고 널려있는 절터와 불상들 남산의 마애불과 엇비슷한 불상이 새겨진 바위들을 기억한다. 이 가을 숲이 많은 경주에서는 또 많은 행사가 있을텐데,오래 경주에 가지 못했다토함산을 오르며 보았던 저녁놀과 아득히 펼쳐지던 경주의 들판과 까마귀들을 잊은 채 지냈다가을이면 단풍이 들어 또 한차례 사람들을 모으는 곳보문호의 단풍이 또 아름다울텐데..마실가듯 선배가 사는 마을을 찾아가던 추억도 이제는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었다은행나무가 유명한 운곡서원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던.. 더보기
하루 숙제를 미루면 너무 찝찝한 마음처럼 텃밭정리를 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다시 어깨에 무리를 하더라도 마저 뒷정리를 하는데,시골에 살면서도 농기구에 대한 정보를 다 이해하지 못해용도를 모르는 것과 또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기구들이 많다이웃아저씨의 단정한 습관대로 그분이 쓰시던 농기구는 한곳에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그중에서 하나를 꺼내고창고에서 삽을 꺼내다 밭을 다시 뒤집었다.무리가 있는 활동이지만,땀이 나고 흙이 튀고 삽날을 튕기기도 하고 삽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곳도 있는등 밭흙의 상태가 두루 날끝에 감촉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의외로 흙과 함께 하는 활동이 저항없이 다가오고 시간 가는줄 모르는 일임을 깨닫는다.어설픈 내게 가로등이 밝은 밭은해가 일찍 사라져도 일은 이어갈 수 있어서 여름엔 해가지면.. 더보기
지나고 보면 생각하니,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도 길이요,가장 슬픈 것도 길이다 관리가 되지 못한 옛길엔 풀이 덮여 길은 겨우 중앙에만 남아 있기도 했다직선을 추구하는 속도의 시대를  살다보니 에두르는 것쯤이야 쉽게 버린다 옛길의 고개에는 휴게소가 있기 마련인데유령의 집처럼 흉물이 되어 있는 곳이 많다줄줄이 이어지는 터널의 길 산을 구슬꿰듯 꿰어진 곳이 터널이니 산을 안고 가는 것이 아닌 뚫고 지나는 길이 새로 나고예전의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고 지금의 길은 아득한 높은 다리위로 통과하는 것이다그래도 예전의 길 굽이를 돌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풍경을 바라보는 재미와 발아래 펼쳐지는 풍경에 사무치곤 한다여기가 어딜까?아득한 저 아랫마을에는 누가 살기에? 더보기
긴 꼬리 산누에나방 나방이라 부르기엔 너무 특이하여 인상적이었던 나방 나비와 나방의 큰 차이가 나비는 날개를 오므리고 앉고,나방은 날개를 펼친다는 것이라지만 꼭 그런것도 아닌 것 같다계곡이 있던 화장실 벽에 너무 커다란 나비가 있어 깜짝 놀라며 들여다보게 했던 녀석옥색이며 날개에 무늬는 특이했다미세한 털까지 잘 담아보려 했지만,그때는 전화기의 카메라가 더 좋지 않았을 때라 오래전 찍었던 사진이 다시 눈에 띈다이름을 알아야 더 알고싶어지는 것검색하는 기능이 있는 전화기의 유용함에 어떨 때는 감동하고 어떨 땐 두렵다전화기가 마치 내 모든 것을 엿듣거나 심지어 마음까지도 들여다보는듯한 착각이 들곤 한다그래서,상상하자면,어떤 앱을 실행할 때 허용이라는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실행이 안되는 것으로 유추하게 된다마이크 기능이 있어서 늘.. 더보기
산국 아마 올 가을의 마지막 색이 요런 노랑일듯하다 향기는 더없이 짙고,오밀조밀한 꽃이 햇살아래 환하다비탈마다 노랗게 피어난 꽃이 무서리 내려도 아랑곳않고 그대로 노란색의 비탈을 이룬 채 아름답다단풍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모퉁이를 돌아서면 이렇듯 수수한 꽃이 절정을 지나고 있는 중인데무엇에 정신을 놓고 이렇게 정신없는 걸음을 걷고 있나주인이 떠난 빈집에 감이 붉다해가 지면 가로등이 절로 켜지고 빈집에 감은 가로등 빛에 도드라진다그악스런 할매는 지금 어디에서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을지 마을에 빈집이 허물처럼 남아 있고집을 벗어놓은 이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그렇게 버려진 텃밭을 일구느라 봄내 땀을 흘렸지만,어깨수술을 하고 돌아와 겨우 정신을 차려 다시 흙을 뒤집었다기약없이 봄을 맞으면 무슨 씨를 놓고 또 씨름할지.. 더보기
저녁 저녁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떠돌이처럼 버려져 갈 곳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 늘 헤매는 기분이다숲이 성글어지고 멀리 별빛처럼 마을의 불빛이 어른대면그 불빛과 나의 아득한 거리가 좀체 가까워지지 못할 것만 같아 딴세상에 있는 것만 같다한해가 이제 점점 끝을 향하고 있다시간의 흐름이 멈추지 않듯 어떤 일이 있더라도..세상은 일상처럼 그렇게 이어지리라 더보기
단풍과 달 단풍과 이제 겨울이 닥칠 것이라는 맨나무의 모습 사이로 보름달 떠온다 달만 보면 손을 높이 쳐올려 담게 되는데,지난 두어달동안은 손이 올라가지 않아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이제 겨우 손을 내밀어 사진도 찍고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생각으로 참고 지내지만,욕심이 지나치는지 빨리 낫지 않는다고 속으로 엄청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다외출은 꼭 병원순례를 하게 되니까.건강하게만을 노래하지만,이제 우리는 건강하기만 바라는 것조차 욕심인 나이가 되었다날이 고요하여 여기저기 들불연기 오른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