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을

구절초 잘 꾸며진 꽃밭에서 보는 구절초의 자태가 소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역시 꽃이라면 산길에서 만나는 꽃이 더 건강해 보이는 것 같다 구절초의 시절도 이제 절정에서 넘어서고 있다.곧 감국이 피어날 것이다 산길에 노랗게 피어날 앙증맞은 꽃에서는 향이 짙어서 꽃차를 만들어도 좋을 것인데,아직은 낮의 볕이 부담스럽고,해와 함께 사라지는 따뜻함이 아침저녁이면 절로 따뜻한 것으로 마음이 기울곤 한다 구절초가 핀 꽃길도 실컷 보지 못하고,여름이면 허드러지게 핀 샤스타데이지가 구절초를 연상케 하던 기억이 자꾸 겹쳐지고 구절초와 데이지의 꽃이 겹치기도 하고 이제 꽃을 볼 시기도 곧 다하는구나 싶어서 서글픔이 커지고 있다 더보기
이런 시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시집) - 저자 김경미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06.03.31 식사법/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 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 것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 더보기
아직 핑크 하기엔.. 이미지의 시대라고 할까? 다들 멋지게 찍어 올린 사진에 혹하여 무얼하든 사진이다. 사진의 시대는 스마트폰과 더불어 시작되어 누구나 손쉽게 소문내는 기계를 지닌 덕에 더 멀리 소문내어 주목 받고 싶어서 이쁘게 더 이쁘게를 외며 찾아다닌다 댑싸리와 핑크뮬리도 그중 하나다.핑크뮬리는 물가에 자라는 풀 정도?수입하여 풀을 심고 도처에 서식하게 되니 이쁨 보다 걱정스럽다 가시박이나 자리공등 외래종 풀들이 전국을 덮고 있는데도 사진발 잘 받는 것이라면 한치 앞을 모르고 공기관에서 퍼트리기도 하니 말이다. 어쨌거나,탁한 강물인지 호수인지 강을 곧게 세운 후 맘껏 흐르지 못하고 멈춘 강에도 사람들이 주말을 즐기는 중이다 어디서든 굽고 굽는 연기가 자욱해 이맘때 지나노라면 살타는 내 진동한다 살타는 내와 핑크뮬리가 피는.. 더보기
고맙다 형식적으로 가꾸었을 화단이지만,것도 세월이라는 것이 더해지니 나무들도 연세를 드러내주고 매번 계절을 이르는 꽃이 누군가 버려진 자리에서 거듭 자라며 꽃을 보여주니 감사하기 이를데 없다 화분을 버리는 일이 흔하기도하고.부지런한 손길이 가꾸었을 식물이 특정통로의 입구를 이쁘게 장식해주니 퇴락하여 보잘것 없는 아파트지만.다른동의 화단을 기웃대며 꽃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마당으로 나서면,어디선가 국화향이 훅 실려와 흠칫하고 놀랐다 그자리에서 몽오리를 맺으며 갓 태어난 꽃 몇이 바람을 타고 있는 중이다 한가지 꺾어보고 싶지만.마음에 넣어두고 들여다 보기만 했다. 이슬이 나리는 계절이니 이토록 이쁜 얼굴이 되는걸 더보기
수국의 추억 뜨거웠던 여름이 금세 그리워 진다. 해가 사라지면,이내 선득해지는 것도 그렇지만,어둠이 빨라지는 것도 서글픔의 이유입니다. 지난봄 그리고 여름에 피어나던 꽃을 기억하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다. 곧 겨울이 올 것인데,이제는 계절이 추운계절과 더운계절로 나뉘는 것 같다. 적당한 완충지대가 없어 봄 가을이 없이 사람들의 참을성이 점점 사라지듯,극단의 계절만 존재하게 되는가 싶다. 더보기
숲도 기운다 짙은 숲이 이제 바스라질듯 바래어 가는 느낌이다. 여름 뙤약볕에 검푸르게 짙었던 그늘이며,올해의 긴 장마가 낙엽수들을 병들게 했는지 이파리를 다 헐린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벚나무잎은 단풍까지 가지 못하고 대부분의 잎이 다 사라져 버렸다. 벚나무뿐이 아니다.수양버들이며 플라타너스까지 장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잎을 갉아버린 벌레들이 왕성히 번식하기 좋았던 여름이었나보다 가을색이 조금씩 묻어나는 들판 벼이삭이 수그린 고개 물난리를 용케 잘 피한 이곳은 들판에도 추수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 다행이긴 하지만,아직도 악몽처럼 기억될 수해지역의 명절풍경이 또 어떨지 걱정이다. 이것저것 조금씩 사다 나르며,준비한다. 전혀 반갑지도 설레지도 않는 명절이지만,이제는 받아들이며 치루고 있다. 더보기
가을이다 수많은 골짜기를 숨긴 가야산에도 골골마다 가을이 들겠지 골짜기 깊은 가야산에 드는 꿈을 꾸었다 어지간히 힘들게 올랐던 기억도 잊었는지 다시 한번더 오르고 싶은 마음이 깊어서 일까? 발톱이 빠질뻔한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건만 이렇게 화창하게 맑은 날에는 시야가 트여서 사방이 모두 조망된다는 많은 이들의 사진과 함께 산을 타는 이들의 전문적 지식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것으로 만족하려고,뒤적이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깊어지곤 한다. 가을바람이 불어오고,날은 갈수록 선선해져서 마음에도 까칠한 바람이 든다. 추석명절을 앞둔 마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을 자주 느낀다 넣어두려고 했던 옛집의 보일러 기름도 여전히 넣지 못한 상태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반감으로 싫기만 하던 재난지원금을 소진하기는 참 빨랐다. 살다보니 나라.. 더보기
이곳을 지나는 마음 종루를 이렇게 지어 그 아래를 겸손히 지나게 하는 절집들이 많다 부석사의 안양루의 아래를 지날때도 생각한다.본디 극락을 향해 가는 문의 의미와 누각의 기능을 지닌 건물이라지만 이곳은 하심의 마음이 아닌,물길이 된 것 같다 우리나라의 큰 산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사찰이 있고,사찰의 기능은 종교적 기능도 있지만,한때 유행하여 지금까지 이어진 풍수의 기능으로 비보사찰의 기능을 한 곳도 있어 우리는 성당이나 유명한 교회건물 보다 절이 더 낯익은 건물인지 모른다.설령 들어가 절하지 않더라도,절마당을 기웃대기는 하니 말이다. 절마당을 기웃대는 것이 그 절에 대한 이력을 더듬는 과정이기도 하겠지만,오랜 역사를 따라가는 것이 여전히 여행이기 때문이 아닐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