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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겨울이 앞집 김장을 끝내고 친구의 엄마께 저녁을 살펴드리고,설거지를 해드리고 보일러를 시간맞춰 작동시켜 드리고 이제는 적막이다. 왜이리 바쁘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일은 못하면서 일을 잘 벌리는 앞집언니와 손맞춰 일해준지 삼십년,오늘은 멤버가 하나 추가되어 일을 덜었다 무슨 변덕으로 그리되었는지 모르지만,여튼,내 일이 편해져서 좋았다 시간이 줄었고,어젯밤 늦도록 거들어 준 것으로 충분한데,설명없이 약속했던 절임배추는 꽝인모양이었으나,묻지 않았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여 남매를 두었으니,그 애들이 얼마나 귀할까마는,스물이 훨씬 넘은 애들이 엄마와 이웃이모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느라 애쓰면,최소한 일손을 돕지 못해 죄송하다거나,엄마를 위해 설거지라도 하는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다큰 성인들을 끔찍히 위하는 엄마 앞집언니.. 더보기
첫추위 첫추위 닥치나보다 밤새 그렁대던 바람의 기세가 만만찮았지만,빨래가 잘 말라서 좋았다 낮엔 볕이 따스해서 창을 훤히 열어젖히고 한껏 미진한 가을공기를 들였다 그리고는 저녁이 오니 바람의 결이 달라지고,젖은 낙엽은 바스락대며 밟히는 느낌이 심상찮다 가을이 지워지고 있나보다 사람들의 발에 짓밟혔던 가을이 부스러기 되어 흩어지고,바람은 저리도 불어와 찢고 흐트리고,어디론가 멀리 날려버리는 해코지를 해대면서 겨울은 진입하고 있나보다 살림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듯,엄마가 계실때도 엉거주춤 아버지 젯상이라 받드는정도의 음식과 엄마를 위한 상을 차리는 것이 기껏이었으니,양념을 준비하거나 겨우살이 준비를 하는 일은 내게 없었다 운좋게 누군가 나눠준 양념을 아껴먹으며 지냈다 기껏 깨소금이나 사고,참기름 정도나 사는 것.. 더보기
추운 밤에 추운날 밤 하늘 달이 떠도 더욱 썰렁하기만 하다.점점 둥글어지다 또 그만큼씩 작아지다,그러고 나면 이제 올 첫명절이 오겠지 손끝이 시리고,마음마저 오그라들어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지만,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마른풀이 서걱이는 논두렁길을 부러 돌아서 오래전 질척대던 그 길 가던 날을 떠올리기도 하고 그리하여 마침내 도착한 도서관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여느 카페 부럽지않게 안락한 의자와 환경을 제공한다 인테리어 만은 부럽지 않지만,도서관의 본디 기능인 책이 늘 부족한 느낌이다 행여나 하고,기웃대느라 들러 본 것인데,다행히 내가 놓친 신간 한 권을 골라 빌렸다. 365일 쉬지 않고 언제든 빌려 갈 수도 돌려주기도 할 기계식 대출이 가능한 부스도 생겼고,읽으려고만 들면 누구라도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게 단장.. 더보기
시간을 포개다 보라에 놀라고,자세히 보면,저 가시같은 솜털 때문에,놀라게 되는 꽃 시간이 지나고서야 보라며,솜털까지도 그리고 꽃의 면면이 다 이뻐 보인다 들판이나 산길에서 숨가쁘게 담아둔 얼굴들은 가만히 다시 들여다보는 일.그러면,이제 꽃의 느낌이 다르게 다가오기도 한다.아름다운 꽃을 만나는 일.수수한 꽃이 전해주던 신기한 보라 다양한 각도에서 찍었더라면,더 세세히 살펴 볼텐데 시간이 지나고서야 이 계절에 겨우 꽃의 모습이 더 궁금해졌다.그때 만났을 때 잘 새겨 둘 것을 사람은 돌아서면,다 잊히길 바랄 뿐이지만,꽃이나 나무등 자연의 풍경은 돌아서도 내내 잊히지 못해 꼭 그맘때 가만히 다가가 시간을 포개 본다. 겨울은 또 겨울풍경이 아름다운 곳을 떠올리지만,위험한 계절이기도 해서,두문불출이 편하다 여름내 물것들이 무서워.. 더보기
개와 늑대의 시절 완전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저녁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 한다면,지금의 시기가 일년으로 친다면 딱 그렇지 싶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앞으로 놓인 시간이 어떨지 모르지만,이때껏 지나오듯 그리 지나게 될 거라고 믿으며 하루하루를 넘기는 것이다. 너무 추워져서 겨우 예전 추위가 느껴지는 느낌이다.동지팥죽을 쑨 할매가 이웃에게 죽을 나누는 것을 보았다 아직 이곳은 시골정서가 남아 있어 그러하리라.새알심을 두둑히 넣은 팥죽을 쑤는 것이 신기했는데 새알심을 빚느라 손바닥 가장자리에 찹쌀반죽이 말라 테두리를 만들던 촉감이 느껴질듯 하다 긴 밤이 지나고,이제야 조금씩 낮의 영역이 넓혀질테니 어쩐지 아쉬운 마음도 있다 불과 지난주만 하더라도 네시면 벌써 산그림자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둠이 발 빠르게 다가와 어느.. 더보기
물봉선 피던 시절 가을볕이 따끈할 때까지 드물게 피어나던 물봉선과 이제 푸른 잎은 나무에서 그대로 된서리를 만나 말라버려 이따금 지나는 초겨울 바람에 흩어지곤 한다 아무리 기름으로 난방을 한다지만,시골에서는 여전히 골짜기로 갈수록 나무로 난방을 하는 가구가 많아서 아침저녁으로 연기는 온 마을을 감싸고 오른다 저녁연기 오르는 풍경은 따스하다.김장을 끝낸 배추밭에는 흩어진 배춧잎이 철이 지났음을 알려오고 오랜 가뭄으로 저수지는 메말라 가운데만 겨우 물을 가두고 있을 뿐인데,그래도 오리들이 여유로이 떠다니는 평온한 풍경이다.올해는 이제 서서히 저물고,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시기가 겹쳐 한해를 정리하는 모임이나,연초에 품었던 계획들이 실현되지 못했다면,다시 계획하면 될 것이고,넘치게 이행 되었다면,자신에게 작은 칭찬의 선물이라도 .. 더보기
오겡끼데스까? 러브레터 오늘에서야 다시 꺼내봅니다. 당신이 머문 곳에서… “가슴이 아파 이 편지는 차마 보내지 못하겠어요.”첫사랑을 잊지 못했던 그녀, 와타나베 히로코“이 추억들은 모두 당신 거예요.”첫사랑을 알지 못했던 그녀, 후지이 이츠키2022년 1월, 당신은 잘 지내고 있나요? 평점 9.2 (1999.11.20 개봉)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토요카와 에츠시, 시오미 산세이, 한 분자쿠, 카가 마리코, 타구치 토모로오, 미츠이시 켄, 나카무라 쿠미, 스즈키 란란, 스즈키 케이이치 이제는 너무도 아득한 시간의 저쪽이지만,겨울이면 떠오르곤 하는 몇몇의 영화에는 닥터지바고의 지독한 폭설과 함께 눈내린 길 끝에서 손나팔을 만들어 외치던 여자의 가련한 안부가 웅웅거린다. .. 더보기
수국의 추억 뜨거웠던 여름이 금세 그리워 진다. 해가 사라지면,이내 선득해지는 것도 그렇지만,어둠이 빨라지는 것도 서글픔의 이유입니다. 지난봄 그리고 여름에 피어나던 꽃을 기억하며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것이다. 곧 겨울이 올 것인데,이제는 계절이 추운계절과 더운계절로 나뉘는 것 같다. 적당한 완충지대가 없어 봄 가을이 없이 사람들의 참을성이 점점 사라지듯,극단의 계절만 존재하게 되는가 싶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