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거운 쇠사슬에 묶여 산책도 못하고 일생을 너른 마당 기다란 쇠사슬에 묶여 사는 진돌이가 그 무거운 돌덩이를 끌고 탈출을 시도한 봄이 두어차례.믿기지 않는 탈출은 지금도 미스테리다.오삼이가 지리산에서 죽을고비를 넘기며 수도산으로 돌아온 사연만큼이나 인상적인 개의 탈출사건 이후 여전히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곁은 주지 못하는지 얼굴 뒤로 손이 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서 진드기 약을 발라주는 일도 여간 아닌데,듬성듬성 털이 뭉쳐 있는 지저분한 모습 이제 진돌이도 늙었다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간식을 던져주면 단박에 찾아내지도 못하는 늙은할배 그래도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징징대며 자유로운 시고르자브종 순희에게 다가가면 저도 이뻐라 해달라고 꼬릴 흔드는 녀석
여름내 그늘을 찾아 뚱딴지 그늘속에 묻혀있곤 하던 녀석이 며칠전 기다란 누룩뱀 한마리를 잡았다
운동시설 마당에 묶인 개의 신세라 누구에게도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상주하는 곳도 아니어서
다들 운동이 끝나면 미련없이 떠나는 적막한 마당에 두 마리 개와 이들의 먹이를 탐하는 까마귀와 까치와 길냥이들의 세상이 되는 곳
달빛만 적요하다
진돌이 집 근처엔 혹여나 또 뱀이 나올까봐 멀찍이서 바라만 보고
사람을 따르는지 간식을 따르는지 순희 재롱은 넘어가게 한다
두마리 개에게는 적어도 정을 주고 그들도 느낀다는 신념이 있다.이래서 혼자 사는 이들이 개에게 지나치게 애정을 쏟나 언뜻 생각이 스친다
생명을 거두는 일은 어렵다.소리내는 비교적 큰 덩치의 존재를 두고 외출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고
용변이나 기타등등
식물도 매일 애정을 표현하지 않으면 티를 내는 법인데
사람이야 말해 무엇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