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백석
- 출판
- 시인생각
- 출판일
- 2013.07.25
탕약
눈이 오는데
토방에서는 질화로 위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
삼에 숙면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
다는 육미탕이다
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
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다 달인 약을 약사발에 받아놓은 것은
애득하니 깜하여 만년 옛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 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옛사람
들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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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나이가 지금의 청년들일 텐데,어쩌면 이리도 구수한 이야기들을 줄줄이 엮어대는지 모든 글쓰는 이들이 닮고 싶어하는 지방말과 그지역의 풍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어서 세계적이기까지 하다
가장 지엽적인 것이
그 특유의 개성을 지니는 것이니 지금의 언어로 재해석하여 읽히는 책이고 보면,또 나름 해석하는 이에 따라 시의 느낌은 살짝살짝 달라지기는 하겠지만,본래의 느낌 그당시의 분위기를 글로 찍은 사진이나 화면처럼 생생하지 않던가
밤을 길어지고,지난 밤엔 있는 걱정 없는 걱정 하느라 밤을 꼴딱 샜다
늘 잠을 모자라게 하고
깨어서 였을까?성격이 자꾸만 가팔라진다.
여름엔 땀을 많이 흘려 보약이 해당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지만,그럴수록 몸을 든든히 해줘야 하지 않을까 나름 생각해 보기도 한다.이웃집 아저씨는 매번 골골대는 기침 소리 달고 살았는데,그 아저씨 아낙은 점방을 했고,거친 성격과 우격다짐드센 성격이라 마을 대부분의 사람과 다투는 일이 예사였으나,무능한 남편을 위해 약을 달이는 일이 일상처럼 보였다
연탄화덕에 약탕기를 얹어두고 여름엔 뱀도 고았다
살아 있는 뱀을 탕기에 넣고 고을 때,한지로 약탕기 입구를 싸고 접시로 눌러 놨는데,뜩워진 뱀이 머릴 쳐들어 구경하는 우리는 얼마나 놀랐던지.
이제 집에서 약을 달이는 일이 거의 없고 약을 짜느라 작대기를 삼베주머니에 대어 사발에다 약을 짜던 풍경도
짜낸 약을 약손가락으로 살짝 저어서 약을 들이던 엄마의 모습도 먼 풍경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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