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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선물같은 감이



저수지를 바라보며 묵은 감나무 한그루 제멋대로 자라고 있었다.

 아마 그곳은 언젠가 누군가의 집터가 있었을 곳인지 산길을 따라 버려진 집터가 드문드문 있었지만,산속의 번듯한 도로가 한갓져선지 제법 많은 이들이 샛길로 이용하기도 하는 것을 보았다.

길이 막힐때 둘러가는 길이긴 해도 인근도시로 가는 길로 똑똑한 네비가 그렇게 알려 주는 것이리라.

높다란 가지마다 어찌나 많은 감이 달렸는지 아득히 올려다 보며 어쩐지 슬픔같은 것이 싸하게 울렸던 기억이 난다

지나며 감나무를 찾아보았건만,지난 봄이후 눈여겨 볼 기회가 없었고,우연히 산골에 잘 지어진 전원주택이라는 이름의 집을 구경하고는

집주인의 섬세한 손길에 잘 갈무리된 그집의 정원과 사내가 혼자 어쩐지 많은 것들과 등지고 사는듯한 그의 살이가 가끔 궁금해졌지만

떠들썩히 그에게 연신 추파를 던지는 그녀가 필시 그에게 튕길것이라 느끼고는 에두르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려거든,들이대지 마라고

충고했는데,이후 또다른 어떤 아낙이 그이가 사는 곳이 궁금하다는 핑계로 내가 튼 인연이 아니라 망설였는데도 날 길잡이 삼아 그곳에 갔던 봄날이 있었다.

그만큼 산 이력이라면,속으로는 그런 일을 그냥 침묵해 주었으면 하고 바랬지만,그렇게 부탁하지는 못했고,그는 나중에 또 그곳을 들러

혼자 떠들고 들까불었을 그녀에게 내 얘길 넌지시 했던 모양이다.

 딴은 참 무심하고 단순무식하다 여겼던 그녀가 아마도 그일이 있고서부터 얼마쯤뒤 또한사람의 여인이 내게 뜬금없는 집착을 보이는구나

걱정을 했는데,그녀는 내게 소리없이 멀어졌다

 왈짜같은 그녀와 전혀 다른 나는 그럼에도 그녀의 유난한 기동력이나 치기어린 행동으로 인해 나는 나의 여행을 하고 그녀는 그녀의 여정을 하는 것인

 따로 또같이 식의 동행을 가끔은 그리워하게 되었다.

감나무가 있던 곳을 지났으나,감나무를 찾아볼 생각보다 이상히 사내혼자 들앉아 세심히 집을 가꾸던 마을 제일 안쪽의 집 눈병이 나 있던 강아지며

 올가을 꿀을 내린다던 토종꿀의 채취장면도 보고 싶었는데,우리가 갔을 때도 그는 꼼꼼히 정리된 집안팎과 산나물을 따러 다녀왔다던 이야기를 천천히 하던

것이 떠오르고,볕바른 테라스에 앉아 무심히 마을을 내다보거나 우리가 지나다닐 도로가 안고 있는 산의 봉우리를 올려다 보며

한참이나 발아래를 쉼없이 조잘대며 흐를 물소리를 들으며 중국산이거나 말거나 정신없이 돌아가던 다양한 바람개비를 구경하며 오후를 보내도 좋을 것만 같아

가끔 떠올린다.아무 인연도 없는 그를 그녀는 선배라 칭했지만,이웃도 아니고,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한 그의 정적을 깨고 싶은 생각은 없기에

멀리 그집의 기와지붕만 보며 지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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