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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은행알의 운명






오지게 매단 은행알들이 태풍으로 죄다 떨어졌다.

 고약한 냄새로 사람들이 떨어진 은행알을 밟지 않으려 조심히 지나곤 하지만,더러 밟혀 고약한 냄새를 불러내곤 한다.

 잘 갈무리 하면 더없이 고급요리라지만,손이 많이 가는 열매를 손질하는일도 손질된 열매를 한알한알 까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양씨아저씨가 계셨더라면 마구 떨어진 열매에 대해 얘기 나눌 수도 배추농사 고추농사 얘기도 해보기도 하련만 아버지는 안계시고

 기력이 떨어진 할매는 이제 주간센터에 나가셔 보호받으신단다.

 극성맞은 이웃이라 억척스레 가꾸던 키큰 작물이 손바닥만한 봉창을 가리기도 하고,어른대는 그림자 때문에 겁이 나기도 했었는데,

마을엔 이제 한때는 젊은 댁이었던 노인들이 꾸부정하고 굼뜬 걸음으로 유모차에 한생애를 싣고 느리게 오가는 것을 겨우 어쩌다 마주칠 뿐인데,

한번 묻고 여러번 답해주는 말을 만날때마다 해대는 것도 마을에 사는 노인들의 일상이다.

탱탱하기론 열매라 다르지 않고,그  탱탱함이 이쁘기만 한데,바람에 떨어진 열매는 꼬라지가 볼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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