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옛집에 살때의 일이다.동네 어른이 일이 있어 한전에 가셨다 들은얘기,내가 이지역에서 전기를 제일 안쓰는 사람으로 되어있더라고,
그 기록은 공동주택으로 옮겨와 살면서도 마찬가지다.
선택하지 못해 곱다시 물어야 하는 텔레비전 수신료며 유선비,그렇지만,일체 가전제품이 거의 없다보니
전기를 쓸일이란 기껏 절전형 램프정도다.
어느 산골오지라도,아니 외딴섬 어느 외진곳에서도 터진다는 인터넷의 혜택마저 누리지 못하고 사는 내겐
그마저도 특권층에서 누리는 복록같아서 다만 부러울따름인데 그래서 가끔 인터넷이 되는곳에 이르면 약으로 쓰듯
인터넷으로 하는 이러한 글쓰기에라도 접근하게 된다.
요즘사람들은 전화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하루라도 인터넷으로 세상소식을 알지 못하면 뒤처진 삶을 사는게 아닌게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가본데,다들 빛의 속도만으로 살아간다해도,난 늘 잘 삭여두고 묻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먹는 저장식품처럼
세월을 타는 감정이 좋다.감정이 수그러졌다가 다시 솟구치기도 하는걸 글로적고 벚꽃잎이 점점 묻어있는 꽃그늘 아래의
빨간 우체통에 내마음을 넣어보낸뒤 우체국의 소인이 찍히고 우체부가 전해줄 내 소식을 상대가 받아보는게 좋다.
두둑한 엽서를 좋아하고,늘 우표가 채워져야만 안심한다.
세월이 아무리 변해도 내맘은 늘 그자리다.봄비가 뽀시락뽀시락 나리는데.우산이 없어서 후드점퍼를 입고 축의금을 전하고 오는길에도
봄비는 얇다란 모자위로 나렸다.산골에 사는 프랑카야.간만에 그녀의 차에서 잠시 그간의 사는애길 들었다.
씀씀이 좋은 언니가 사모은 속옷이 내겐 소용닿지않아서 그언니께 주려고 부러 청한 자리였는데.아무리.맘에 들지 않는대도.
내가 보는 자리에서 그언니가 속옷을 자기취향이 아니라며 휙 던지는 바람에 내 발치에 그 속옷이 떨어지더라.
세세히 마음쓰는 사람으론 알지 않았지만.언짢은맘을 누르자니 괜히 이런저런 쓸데없는 말이 길어지더라
다 세상진창의 얘기였지만.사는게 어쩌면 그리도 허전해보인는지..그녀도 그를 모르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