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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좌회전으로

막다른 길 끝에선 커다란 좌회전 신호가 있다

어쩐지 안전한 곳으로 가는 신호인양 멀리서 눈에 띄는 신호가 외출에서 돌아올때면 안정감이 들게 한다

좌회전을 하고도 한참이나 걸어서 다시 직진하여 우회전하는 길을 따라가면

하염없이 늘어진 길이 나와 그길을 따라 오르고 올라야 내가 가야 할 집이 있다

여름이면,뙤약볕을 따라 가야 하고,겨울이면 볼을 스치는 바람이 따갑다못해 아팠다

오래전 어릴적엔 폭설이 내리고,눈을 치우는 장비가 없어  눈덩이가 도로에 아무렇게 나뒹굴고 응달의 눈은 언제 녹을지 하세월이었던 시절

강바람이 바로 드는 읍내장터에서 돌아오시던 어머니는 우리마을에 오면 벌써 바람이 다르다고,안방만큼 따스하다시며

읍내의 강바람이 가혹하다고 하셨다

입성도 변변찮았던 시절인데,어쩌면 그리도 날은 추웠던지 연못에 물이 꽁꽁 얼어붙고,속이 훤히 뵈는 맑은 얼음이 너무 무서워 얼음에 발을 딛지 못했던 겁쟁이 멋지게 외날 썰매를 타던 오빠들,어쩌다 스케이트를 신은 친구들은 날렵하게 뒷짐을 지고 썰매를 잘도 탔었다

얼음판이 놀이터가 되어 종일 얼음을 지치고,모닥불에 양말을 태우고 바지에 불똥이 튀어 구멍이 나기도 예사

오빠들이 어린 우리들에게 불쏘시개를 주워오게 하고,연못둑이 바람막이가 되어 따뜻한 겨울볕이 들면

젖은 양말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이제 연못도 사라지고 얼음이 꽝꽝 어는 일은 없다 싶더니

요며칠의 추위는 예전의 겨울을 떠올려준다

지금은 따뜻한 옷에 신발에 발이 시리거나 하지도 않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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