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이 가득한 눈을 한 사내는
티안나게 교태로운 그녀의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다.
사내는 노회한 것일까.
아님 그녀가 밀당의 끝판왕이었던가
그들의 봄이 노랗게 익어가거나 말거나
짐짓
바람골 한자락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너른 들은 수시로 돋는 나물을 솎고 다시 거루는 손길로 번답하고
언땅을 견딘 것들이 칼칼한 바람을 타고 있다.
복수초
일마디가 콩꼬투리 같은 사내의 손에 키워졌는지
이미 서산을 향하는 해기운에도 제 꽃잎 한껏 열어젖힌걸 보니
복수초
꼭 그들과 닿았을까
언땅을 견딘 것도,눈더미를 곁에 둔 것도 더구나 아닌
수시로 물과 거름으로 틔운 봄
인간의 혀가 내딛는 자리를 디디는 것이 환멸스러워져
작고 여린 것들에 자꾸 눈을 맞추는 것이
노화 라던데?
꿀눈의 사내는 꿀에 눈이 붙어버렸는지
뱀의 미소를 반색하느라 긴밤이 짧다.
알고도 모르는 척.
보고도 말하지 못하는 혀가 저럴까.
차리리 저 여리디 여린 봄의 혀가 말하는 것에나
마음 기울일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