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는 내가 저네 엄마께 가지 않을 때는 나의 안부 따위엔 관심이 없다
사소히 안부하는 일이 없다
의무감인지 감기로 인해 혹시라도 노인네께 감기를 옮길까봐 가뵙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는 입맛 잃은 끼니로
전복죽을 쑤었다
뜨거울 때 한그릇 퍼내어 갖다드리고는 영희에게 엄마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내가 감기로 주말 이후 엄마께 가뵙지 못했다는 얘기와 지난주 너무 무리했던 것이 감기가 촉발된 것 같아도 그 말은 두었다.저녁놀이 보고 싶을 때마다 혼자 산을 오를때면 산을 내려올 때의 무서움을 잊게 할만큼 저녁의 풍경이 멋진데도
올해들어 한 번도 산에 오르지 못했다
봄이 오는가 싶어도,바람이 새침하고,입맛도 잃고 기운도 잃었다
고뿔이라고 하더니 코안에 불이 든양 연신 펄렁이며 코를 풀다보니 코는 너덜너덜해지는 느낌이다
잠을 자는 것도 토막잠이 될밖에,
고달픈 시간이다
약먹는 시험용 쥐가 되어 끼니후 약,끼니후 약을 반복하는 중인데도 약기운은 잠을 유발하기만 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 어떤 약은 타이밍을 놓치면 매번 잠은 자다깨다 하는 것이 이어진다
저녁놀이 아름다운 날에 높은 곳에 오르면
먼 데까지 아스라히 눈이 들고,아득한 꿈이 가물가물하게 멀어지는가 싶다
잠을 깰 때면
폰으로 내려받은 토지를 읽는다.몇번이고 읽어도 읽을수록 대 작가의 역량을 실감한다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인물의 세심한 내면을 표현하는가하면 카메라로 스윽 훑어내듯 하는 세세한 풍경이며 인물의 몸짓이 생생하다
인물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것도 되는 사소한 몸짓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좌절한다
이후에 또 이런 글을 쓸 사람이 있을까? 하며
말 장난에 지나지 않는 글들,애매하고 난해한 글이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