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토리1

감 진다

영글지 못한 감이 떨어지며 또그르 굴러 데굴데굴 구르다 차에 밟혀 길에 감물 드는 시기다

 툭 하면 감 떨어지는 소리라니? 정말 읍내에서 시집 온 앞집언니는 감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그곳에서  나고 자랐지만,여전히 한밤에 소리엔 민감해지곤 했었다

감 떨어지는 소리,감 떨어져 깨진자리가 지저분하다고 비질 않는 앞집언니를 할매들이 수군거렸었다

앞집 대문께에 서 있던 감나무의 수난시대였다

윗집 할배는 감나무가지에서 물 떨어진다고 소리지르고,할매들은 길이 지저분하다고 그러고 그러니 감나무 싹뚝 잘려나가는 수난에도 여전히 밑동은 살아있으니 어설픈 잎을 달기도 한다

감나무 대신 앞집 담장엔 절로 자란 뽕나무를 키워 가지를 치지 않아 뽕나무 장벽을 만들었다

집안이 들여다 보이는 것이 싫다며 부러 뽕나무를 베지 않고 키우니 뽕은 엄청나게 커다랗게 열리고 또 떨어지곤 한다

여러가지 간섭이 많은 시골정서에 이제 굳이 신경쓰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앞집언니와 적당히 새겨듣고

또 더러는 마음에 새기지 말아야 하니,감정을 잘 걸러야 시골살이가 덜 수난스럽다.

악의는 없되,너무 사적인 영역에 대한 다소의 악의적 관심이 많다.

'스토리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도 깊어간다  (0) 2024.07.07
  (0) 2024.07.06
모퉁이를 돌면  (0) 2024.07.03
언덕위 수도원  (0) 2024.06.27
골목기행  (0) 2024.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