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번이 내가 바라본 것은 꽃이다 생각했건만
정작 담긴 것은 바람이었다.
봄이면,
기다렸다는듯 모든 기운을 모아다 오직 한곳을 향해 내닫는 기운
바람의 길을 보는동안 자주 눈을 씀벅였다.
내가 제비꽃에 취해있을때
바람은 꽃에게 곁을 얻지 못하던 내 곁을 마구 몰아쳐 갔다.
볕은 봄이었다 생각했는데,막상 나가보면 바람의 기세가 만만찮아
후퇴하곤 했다.
바람에 술렁이던 보리밭이나 마른것을 버리고 새잎을 키워낼 퇴색의 강변을 지날때 듣기는 서걱임을 좋아했다
바람달이라고 영등할매의 존재를 이르던 어른들의 말씀이
전설처럼 들려왔고
영들할매의 딸인가 며느리인가조차 알지 못하지만,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면 꽃이 잎이 피어난다는 소리
엄마의 말씀이 늘 바람에 닿아있다.
꽃피우라고 잎틔우라고 부는 바람이라는 것을
낮의 시간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