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없는 날이면
물은 커다란 거울이 되어 모든 것들을 담을 수 있지
이렇게 눈에 익은 풍경이 담기는 것이야 사실 언제든 바람이 없는 날이면 만나지지만
봉화의 어느 고개를 내려서면 닿는 커다란 물거울의 이름도 신기하게 물야저수지
하나같이 그곳의 이름은 이 세상이 아닌듯한 이름을 지녔다
물야저수지 가쪽을 돌아서 조금더 안으로 쑤욱 들어가면 선달산이라는 산으로 오르는 산길이 나왔지만
산의 이름만 보았을 뿐
오르고 싶어도 오르지는 못하고 돌아서 나와야 했던 곳
그립다는 말이 들어간 문자 한통을 받고는
곧장 답을 못하고 하루를 넘겼다
내가 그립다는 내용이 아녔음에도,어쩐지 이 봄날은 그립다는 말을 아프게 삼켜야 하는 까닭이다
한참이나 지나서
간신히 아무것도 그립지 않게 되었다는 말을
에두르며..이 봄날
사람이 아닌 산골 마을의 물거울이 그리워서 오래전 사진을 꺼내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