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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1

백년 인생

모녀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는 모습으로 한 수년을 그렇게 살았다

 허리가 구부러져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눈시울이 찌그러진 얼굴이 온통 구십오년의 주름으로 덮인 노모

딸은 노모를 어디든 모시고 다녔다

한 십년 그렇게 사셨으니,딸의 효도를 맘껏 받으신 말년이 나쁘진 않았다

그들이 믿는 신앙의 힘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자녀들 모두 선량한 사람인데다 모두들 온순히 모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문상객을 맞고 배웅하였다.

이해하기 힘는 믿음은 아찔 하였고,여전히 그녀의 말 안되는 믿음은 꼿꼿해서 열정적으로 보여주는 입관영상을 주억대며 

봐주는 척 했을 뿐

오래전 내게도 조의금만 보낸 그녀였지만,직접 뵙고 봉투 하나 떨구고 돌아오려 들렀던 장례식장의 풍경이 우습다

여전히 콩고물을 바라거나,이해관계에 얽혀 아무 인연 없은 조문객들은 모두 구린내가 등천하는 사람들

썩은 냄새를 맡고 꼬여든 부류들에 끼어 흰소리 하다 돌아오니,머릿속은 텅텅 소리가 나는 것만 같다.

우리엄마와 동갑의 할매는 그렇게 호상의 모습으로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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