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사연이 있기에 매끄랍게 자란 나무 하나 없다
울퉁불퉁 불거진 자리마다 구멍이 나거나 가지는 뒤틀리고 그래서 기묘한 나무의 형상이 아름답다
버드나무 나이가 몇년쯤일까? 봄이면 여린 새싹이 돋고 나무는 다시 젊어질 채비를 하고
여름이면 풍성한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일으켜 주는 걸
멋진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
오래전 강변에도 이런 숲이 있었다 물론 이처럼 노목이 아니었지만,갯버들 숲이 제법 넓어서 우리는 버들숲으로 소풍을 갔다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모래투성이 뙤약볕에 종일 우릴 부려 놓으면 참 대책없을 곳인데
버들숲이 있어서 나무둥치 아래 보물을 숨기고 우린 보물쪽지를 찾아 나무밑을 파거나 나뭇가지를 찾아보거나 했었다
누구에게나 하나씩 보물을 쥐워주는 놀이였겠지만,어린마음에 영영 숨겨진 쪽지를 못 찾으면 어쩌나 가슴 졸이기도 했다
지금은 강변의 자연스런 갯버들이 거의 사라지고,수장되고 직선의 형태로 강이 흐르지만
오래전엔 여릿여릿 버드나무가지 물에 잠겨 머리감는다고 했지않은가
봄이 제일 먼저 닿는 곳만 같았지.
따스해도,겨울이니 춥다고 늘 춥지 않은 겨울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웅크리고 걷지만.든든한 방한복에 거의 중무장한 차림이면,설산에서도 견디겠다 싶은데도 우리는 물러터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