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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쁜 것

어리연 피는 개울

거랑에는 이제 온통 어리연 융단이 깔려있지만,아무도 눈여기지 않아서 서운하고 또 나만 보니까 혼자 황홀해서 거랑가를 떠나지 못하고 맴돌고 또 맴돌았다

외팔이가 되어 산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지만,균형이 맞지 않아 걸음에도 신경이 쓰이고 왼쪽만 쓰니까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기도 하고,이러한 와중에도 벌써 추석 차례상을 혼자 차렸고,내일은 두 오라비의 제사를 함께 지내는 날이라 동네잔치를 할만큼의 전을 부치느라 종일 기름내에 찌들었다

산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혹하기도 하고,내려다 보는 전망이 너무 좋아서 유혹받지만,보조기를 차고 걷는 일도 힘들어서 늘 강변을 걸었는데,어리연 때문에 샛강으로 걷다보니 어느새 샛강과 사랑에 빠졌다

지금은 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져 있고,수크령이 핑크뮬리 못지않은 여릿한 분홍이거나 보라로 반짝이고 있다

철마다 달라지는 풍경과 오후무렵에는 노부부가 느리게 걷는 모습도 눈에 띄는데,그연세에 함께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뉘라서 흐뭇하지 않을까? 젊은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씽하니 지나고.누군가는 달리기를 하고 또 나처러머 걷는것도 아니게 두리번대며 걷는 천천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오래전 우리가 멱감던 개울이 흘러와 더 너른 물이 되어,이곳을 따라 흐르며 낙동강으로 닿지만,이제 강은 인간에 의해 통제당하여 가다서다 병목현상에 막힌 물이 되어 출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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